인문사회47 [서평] 『미국 패권의 몰락』(2004): 세계체제론으로 보는 미국 헤게모니의 흥망성쇠 미리 세 줄 요약 ① 『미국 패권의 몰락』(2004)은 '세계체제'라는 관점에서 미국 헤게모니의 성립과 쇠퇴를 진단한다. 저자 월러스틴에 따르면 공산주의에 대항한다는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부여했단 점에서, 과거 소련 역시 미국 주도 세계체제의 일원이었다. ②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 G2의 경쟁을 '누가 헤게모니를 차지할 것인가?'로 인식하지만, 저자의 진단을 수용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체제의 출범을 예상해볼 수도 있다. ③ 세계체제론에 기반한 헤게모니 분석은 많은 것들 명쾌하게 설명해주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새로운 의문을 낳는다. 다만 그런 의문조차 이행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의미한 문제 제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들어가.. 2024. 2. 24. [서평] 『악마와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2001): 하층 선원을 통해 보는 자본주의 발전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며 집에 있던 책을 거의 다 처분했다. "거의 다"라는 건 처분 안 한 책이 있단 건데, 주로 선물받았거나 특별한 가치가 있어 아끼는 책이다. 이 책, 『악마와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2001)는 후자의 경우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아끼는 책이다. 책의 존재를 절판된 뒤에 알게된 터라, 2년 동안 중고책방을 수소문해 겨우 상태 좋은 단행본을 구할 수 있었던 탓도 있다. 하층 선원과 자본주의 발전 이 책은 대항해시대가 저물고 유럽이 제국주의로 접어들던 18세기 무렵 하층 선원들의 모습을 여러 관점에서 그리고 있다. 그중 핵심은 세계 노동자로서, 그리고 민주주의의 맹아로서 모습이다. 이러한 접근은 선원과 바다를 그린 여타 콘텐츠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내용이라 그 자체로도 무척 흥미롭지만, 무.. 2024. 2. 18. [러시아 문학] 체호프의 작품 세계: 작가는 재판관이 아니다 체호프가 열어낸 새로운 문학 세계 체호프는 러시아 문학사를 이야기할 때 유난히 많은 분량을 할애받는 작가다. 이는 체호프의 작품이 워낙 뛰어나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이전과는 다른 문학 세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즉, 체호프는 그간의 러시아 문학사를 살펴보고 정리하는 마디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가인 셈이다. 단편 소설의 거장으로서 체호프의 작품에는 동시대 여타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여러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먼저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 사건이 뒤섞이거나, 사건이 존재함에도 의도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기묘한 서술이 나타난다. 극단적으로는 사건이 아예 없기까지 하다. 또 별것 아닌 사건을 침소봉대하는가 하면, 심각한 사건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취급하기도 한다. 사건이 중요하게 여겨지던 당대 리.. 2024. 1. 14. [러시아 문학]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에 나타난 반인(half-man) 모티프의 특징 『프랑켄슈타인』, , 『아기공룡 둘리』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개의 심장을 지닌 인간! 책 소개 들어가며 정체성과 사회성 초월성 주체성 나오며 혁명의 모순과 과학의 맹점을 파고든 ‘불가꼬프적’ 상상력의 진수 『개의 심장』.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개, 샤릭. 인간들이 퍼부은 갖은 모욕과 돌팔매질, 펄펄 끓는 물 세례로 만신창이가 된 개의 앞에 한 신사가 나타난다. 그가 내어놓은 소시지에 미혹되어 신사를 따라간 샤릭은 병원 겸 실험실로 쓰이는 그의 아파트에서 배불리 먹으며 귀족과 같은 생활을 만끽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부랑자가 사망하자 졸지에 실험대 위에 눕혀진 샤릭, 그는 유럽 최초의 개인간, 샤리꼬프로 거듭나는데...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1. 들어가며 흔히들 인문학을 ‘인간의 조건’에 대해 연구하.. 2023. 8. 22. [혁명의 러시아사] 조국전쟁과 데카브리스트의 난 II. 러시아 제국의 굴절 조국전쟁과 데카브리스트의 난 크림 전쟁의 패배 대개혁과 농노 해방 러시아에서 봉건제로부터 자본주의로의 이행 ※ 전체 목차 및 참고문헌 보기 알렉산드르 1세(재위 1801~1825년) 재임 시기 유럽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서 패퇴한 것이다. 훗날 러시아가 특별히 '조국전쟁(Отечественная война)'으로 칭하게 된 이 승전으로 나폴레옹은 몰락하고, 러시아는 명실상부한 유럽의 강국으로서 자리 잡게 된다. 알렉산드르 1세는 유럽 신성 동맹의 맹주로 추대되었으며, 이후 러시아는 수십 년간 ‘프랑스의 전염병’을 퍼뜨리는 혁명 분자들을 진압하는 ‘유럽의 헌병’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비록 유럽 최고의 군사 강국으로 떠올랐지만, 전쟁을 거치며 러시아.. 2023. 8. 15. 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월할까? ― 헌법의 단계구조 독일의 법학자 칼 슈미트는 같은 헌법규범 안에서도 높고 낮음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규범에도 핵심적 요소와 그렇지 않은 요소가 존재하며, 이를 '헌법제정규범 → 헌법핵 → 헌법개정규범 → 헌법률'의 단계구조로 표현한다. 즉, 헌법핵은 헌법개정으로는 바꿀 수 없을 만큼 핵심적인 것이며, 이에 비해 헌법률은 헌법개정으로 바꿀 수 있기에 헌법핵이 헌법률보다 우월한 지위를 가진다는 것이다. 앞서 헌법의 정의를 통해 국가권력규범이 궁극적으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기능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중 특히 권력분립주의는 개인에 비해 초월적 권능을 지닌 국가권력을 상호 견제시킴으로써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헌법규범 안에서도 우열관계가 성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2023. 8. 13. [혁명의 러시아사] 예카테리나 여제의 개혁 정치 I. 근대 러시아의 탄생 표트르 대제 이전의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유럽화 정책 예카테리나 여제의 개혁 정치 ※ 전체 목차 및 참고문헌 보기 여러 의미에서 급진적이었던 표트르 대제의 전제 정치가 끝나고, 러시아는 한동안 혼란에 휩싸인다. 이 혼란은 표트르 대제 사후 40여 년 만에 나타난 예카테리나 2세(재위 1762~1796)에 의해 비로소 정리된다. 이 여황제의 재임기에는 대체적으로 표트르 대제와 유사한 대대적인 개혁이 이루어졌는데, 그래서 예카테리나 2세는 표트르 대제의 진정한 후계자로 불리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큰 차이점은 표트르 대제가 귀족들을 국가에 봉사하는 특권계층으로 사고했음에 비해, 예카테리나 2세는 순수한 특권계층으로서 귀족의 권리를 상당부분 확대하고 보장하였다는 것이다. 표트르 대제.. 2023. 7. 27. [혁명의 러시아사] 표트르 대제의 유럽화 정책 I. 근대 러시아의 탄생 표트르 대제 이전의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유럽화 정책 예카테리나 여제의 개혁 정치 ※ 전체 목차 및 참고문헌 보기 17세기 러시아의 대외 정책은 매우 폐쇄적이었다. 차르와 정부는 무엇보다 자국민들이 외국인과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힘썼다. 당시 러시아 대도시 근처에는 외국인 마을이 세워지곤 했는데, 이는 자국민들이 외국인과 직접 만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정책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는지 당대 러시아 국민들은 외국인을 매우 두려워하고 배척했는데, 외국인이 방문한 마을에선 집안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한 다음 신부에게 다시 세례를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위에 오른 표트르는 당시 국민들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행동을 감행하는데, 바로 유럽으로 유학을 떠난 것.. 2023. 7. 19.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