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II. 러시아 제국의 굴절
- 조국전쟁과 데카브리스트의 난
- 크림 전쟁의 패배
- 대개혁과 농노 해방
- 러시아에서 봉건제로부터 자본주의로의 이행
알렉산드르 1세(재위 1801~1825년) 재임 시기 유럽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서 패퇴한 것이다. 훗날 러시아가 특별히 '조국전쟁(Отечественная война)'으로 칭하게 된 이 승전으로 나폴레옹은 몰락하고, 러시아는 명실상부한 유럽의 강국으로서 자리 잡게 된다. 알렉산드르 1세는 유럽 신성 동맹의 맹주로 추대되었으며, 이후 러시아는 수십 년간 ‘프랑스의 전염병’을 퍼뜨리는 혁명 분자들을 진압하는 ‘유럽의 헌병’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비록 유럽 최고의 군사 강국으로 떠올랐지만, 전쟁을 거치며 러시아의 공업 기반도 상당 부분 황폐화된다. 이는 곧 농노제를 포함한 기존질서가 강화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전후 복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더 많은 조세가 농민들에게 부과된 것이다.
19세기 전반을 지나며 농노제에 대한 간헐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실질적인 개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러시아 관료 기구는 농노제를 대체할 그 어떤 대안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대부분의 농장 소유주들은 이 제도가 존속해야한다고 믿었으며, 이는 귀족과 짜르도 마찬가지였다.
나폴레옹 전쟁은 러시아 내에서도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는데, 프랑스 원정에 참여한 청년 귀족 장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데카브리스트[4]’가 그것이다. 프랑스 혁명의 결과를 직접 목격한 그들은 전제정과 농노제에 반대해 짜르와 맞선다. 1825년, 3,000여 명의 근위대가 농노제 폐지와 헌법 제정을 요구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 모인다. 비록 이 혁명은 니콜라이 1세에 의해 진압되지만, 그들의 혁명 정신은 오랫동안 러시아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계속)
[4] 12월 당원이라는 뜻. '데카브(декабрь)'는 러시아어로 '12월'을 의미한다.
황제가 근위병의 호위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는 모두 기쁜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 농민 하나가 황제가 탄 말 앞을 지나 길을 건너갔다. 그러자 황제는 갑자기 검을 빼어 들고는 도망가는 농민을 향해 말을 달리는 것이 아닌가. 경찰도 방망이로 그를 마구 매질했다. 우리는 우리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황제에 대한 존경 대신 가슴 가득 수치스러움을 느꼈다.
― 어느 데카브리스트의 기록 중에서 ―
※ 이 글은 2013년 9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최신 경향을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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