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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정치학

[민주주의의 반대자들] 6. 나오며: 그들은 왜 민주주의를 비판했나?

by 김고기 님 2023. 6. 18.

<목차>


  1. 플라톤: 민주주의는 나쁜 정부를 산출하게 된다
  2. 엘리트주의자: 민주주의는 불가능한 환상이다
  3. 고전적 자유주의자: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적이다
  4. 가세트·탈몬: 대중정치는 전체주의로 귀결된다
  5.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6. 나오며: 그들은 왜 민주주의를 비판했나?

 

 

이번 시리즈, "민주주의의 반대자들"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해 직접 반대하거나 중대한 우려를 제기한 여러 사상가들의 의견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 시리즈에서 언급한 두 가지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첫째, 그 어떤 사상과 이론도 인간을 해롭게 하기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 극단적인 계급사회와 전체주의에 대한 추구조차 당사자들에겐 그것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 줄수 있다고 믿기에 주장되었던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가 보편적 승인을 휙득한 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한 반대를 수용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될 필요가 있다.

 

1922년 로마 행진의 무솔리니
<그림 16> 1922년 10월 28일 '로마 진군'에서 세 명의 '사대장'에게 둘러싸인 무솔리니의 모습. 한국에서는 특히 민주화 운동 시기를 거치며 파시즘과 민주주의가 일종의 대립 관계로 여겨지게 되었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파시즘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한 양상에 가까웠다. 실제 역사에서도 파시즘은 기층 대중의 대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채 작동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둘째, 민주주의라는 단어의 의미에는 이상에 대한 추구와 동시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에 대한 통일된 정의를 내리기가 매우 힘들며, 이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들 수 있다. 민주주의의 의미가 다양한 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반대 역시 동일한 민주주의를 상정해선 안 된다. 예컨데 플라톤과 토크빌은 민주주의를 다수에 의한 통치로 본 반면, 근대 엘리트주의자들은 정치적 평등이 이루어진 상태라고 정의했다. 초기 사회주의자들은 경제적 평등을 민주주의와 동일시했고, 19세기 후반 자유주의자들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평등으로 인식했다. 이렇듯 이번 시리즈에서는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통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한 셈이다.

 

민주주의를 반대하는 의견에는 대중을 불신하는 것 이상으로 근본적인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자연적 불평등, 인민 간의 능력 차이를 필연적으로 보는 것이다. 플라톤은 이것을 금, 은, 동의 정신으로 분류했으며, 모스카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누어지는 기준으로 보았다. 즉, 그들은 통치자에게는 그에 걸맞은 능력이 존재하며,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통치할 때 진정으로 인민이 행복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를 인정하는 것은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우생학과 파시즘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될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위험을 피하고자 자연적 불평등에 대한 논의를 애써 무시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물론 아직까진 이런 자연적 불평등을 증명할 이론적 연구도, 사상적 토대도 미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반대했던 많은 사상가들이 이 자연적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해왔던 만큼, 앞으로의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는 자연적 불평등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밝혀 내는 동시에 정치적·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자연적 불평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함께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끝)

 

 

<참고문헌>


앤드루 헤이우드, 2007, 『현대 정치이론』, 이종은·조현수 옮김, 까치글방.
양재인, 1990, 『한국정치엘리트론』, 대왕사.
얼빙 짜이틀린, 2006, 『서회학 이론의 발달사』, 이경용·김동노 옮김, 한울아카데미.
윌리엄 사하키안, 2003, 『서양철학사』, 권순홍 옮김, 문예출판사.

 

 

※ 이 글은 2010년 8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최신 경향을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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