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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정치학

[민주주의의 반대자들] 3. 고전적 자유주의자: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적이다

by 김고기 님 2023. 6. 10.

<목차>


  1. 플라톤: 민주주의는 나쁜 정부를 산출하게 된다
  2. 엘리트주의자: 민주주의는 불가능한 환상이다
  3. 고전적 자유주의자: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적이다
  4. 가세트·탈몬: 대중정치는 전체주의로 귀결된다
  5.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6. 나오며: 그들은 왜 민주주의를 비판했나?

 

토크빌·밀: 민주주의는 다수의 폭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19세기 초 자유주의 사상가들 사이에는 민주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게 될 것이란 견해가 널리 퍼져 있었다. 이는 '인민'이 하나의 통일된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과 대립되는 이해 관계를 가진 개인과 집단의 집합이라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갈등에 대한 '민주주의적 해결'은 단순히 수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는 다수가 소수를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과정이 51%의 표를 확보하는 과정으로 왜곡되는 것이다. 51%의 확보가 확정된 사안에서 민주주의는 독재와 유사하게 작동하며, 때로는 그 이상으로 소수를 탄압할 수 있다.

 

고전적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이처럼 개인의 자유와 소수의 권리가 다수 인민의 선택이란 명분하에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랑스의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이를 '다수의 폭정(횡포)'이라 묘사했다. 자유주의의 대부 존 스튜어트 밀도 무비판적으로 다수를 따르는 순응자들과 의사 결정 과정의 획일성에 대해 비판하며 다수결과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초상
<그림 9> 존 스튜어트 밀의 초상. 그는 현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상가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의 탄생과 성립에 주요하게 기여했다. (그림: 조지 프레데릭 왓츠, 1873, <존 스튜어트 밀>, 캔버스에 유채, 66.6×55.3cm, 국립 초상화 미술관)

 

매디슨·해밀턴: 대중의 횡포로부터 소수를 보호해야 한다

 

이들과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헌법제정회의에 주요하게 참여해 오늘날 "미국 헌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제임스 매디슨 역시 제한 없는 민주주의가 초래하게 될 폭정을 우려했다. 그는 사회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다수주의에 저항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헌법제정회의의 주된 관심사 역시 다수인 대중의 횡포로 부터 소수를 보호하는 문제였다. 연방주의, 양원제, 권력분립과 같이 분산된 정부 제도는 매디슨의 이러한 견해에서 출발한 것이다.

 

동시에 그는 이러한 다양성과 복합성을 가진 서로 경쟁적인 개인과 집단들의 이해관계로부터 공평하고 독립적이며, 정보에 능통한 엘리트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러한 전제에서 그는 민주주의보다는 공화주의에 대한 선호를 피력했다. 매디슨과 함께 미국 헌법제정회의에 참여했던 알렉산더 해밀턴 역시 민주주의를 국민들의 변덕스러운 감정과 충동적인 분위기에 좌우되는 불안정한 통치로 분석하고, 이러한 해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귀족주의를 주장했다.

 

10달러 지폐에 새겨진 알렉산더 해밀턴의 초상
<그림 10> 미국 10달러 지폐에 새겨진 알렉산더 해밀턴의 초상.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관점이 어찌되었건, 지금의 미국을 만드는 데 그가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고전적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민주주의를 고전적 대중 자치에 기반한 정체로 파악하고 있던 만큼 저들의 비판과 우려를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과연 51%를 확보하는 전략을 넘어서고 있는지,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를 충분히 보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이 필요할 듯하다. (계속)

 

 

<참고문헌>


앤드루 헤이우드, 2007, 『현대 정치이론』, 이종은·조현수 옮김, 까치글방.
양재인, 1990, 『한국정치엘리트론』, 대왕사.
얼빙 짜이틀린, 2006, 『서회학 이론의 발달사』, 이경용·김동노 옮김, 한울아카데미.
윌리엄 사하키안, 2003, 『서양철학사』, 권순홍 옮김, 문예출판사.

 

 

※ 이 글은 2010년 8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최신 경향을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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