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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법학

[탈북 어민 강제북송의 쟁점과 검토] 3. 북한이탈주민이 외국인이라면 강제송환이 정당한가?

by 김고기 님 2024. 7. 31.

<전체 목차>


  1.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인인가?
  2.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귀순' 절차가 필요한가?
  3. 북한이탈주민이 외국인이라면 강제송환이 정당한가?
  4. '난민법'상 강제송환 또는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가 가능한가?
  5. 요약 및 결론: 강제북송, 무엇이 문제이고 왜 문제인가?

 

 

이전 "2.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귀순' 절차가 필요한가?"에서 '북한이탈주민법'을 중심으로 당시 통일부의 주장을 점검했다. 여기서는 '북한이탈주민법' 외 강제송환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되고 있는 여러 논리, 즉 (1) 북한의 법적 성격, (2) 남북한특수관계론, (3) '난민법', (4) '출입국관리법'의 관점에서 각각의 쟁점을 점검하고자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이 쟁점 역시 '헌법'과 상위법 우선의 원칙을 부정하지 않는 한 검토의 가치조차 없다. 하지만 누구나 알듯이 정치와 외교에 법의 논리를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심지어 법에서도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개념으로 어느 정도는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엔 그 현실이란 걸 받아들여 앞서 논의한 두 쟁점은 차치하고, 그러니까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외국인이라고 전제하여 관련 문제를 논의해 보자.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되고 있는 탈북 어민의 모습
<그림 4>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되고 있는 탈북 어민의 모습. (출처: 통일부)

 

(1) '헌법'은 북한을 외국으로 인정하는가?

 

강제북송 문제가 다시 쟁점화되면서 가장 먼저 문제시된 것은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인인가?"였다. 이때 외국인이 맞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호출한 논리가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제4조의 평화통일 조항이 상충하고, 현실적 상황에 따라 북한은 국가란 점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무의미한 말장난임을 알 수 있다. "통일"의 대상이 반드시 별도로 승인된 독립국가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온전한 의미에서 지역주의의 전통이 크지 않은 한국에서는 인식하기 쉽지 않지만, 역사상 국가의 통일이나 분리와 관련된 분쟁의 대부분은 지방 정부, 그러니까 주(state)와 관련된 것이었다. 또한 실효 지배를 수행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고 해서 그것이 통일의 대상이 아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즉, 제3조와 제4조가 상충한다는 접근은 '통일'을 온전하게 승인되고 독립된,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행위로 축소함으로써 발생한 오도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사의 '삼국통일'이라는 표현이 이러한 오도의 근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남북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지 30여 년이 흘렀고, 심지어 여러 차례의 '정상' 회담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북한을 별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의 적실성 역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접근은 '고도의 통치행위'에서는 용납될 수 있을지언정, 개인의 권리를 논하는 이와 같은 직접적인 사례에서 적용될 수는 없다.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행정청의 행위에 적법절차의 원리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법률 문언에 반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입법과 개헌을 통해 이루어질 일이지, 정부가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판단하고 시행한 뒤 사후적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다시 논점으로 돌아와, 한국 법원과 헌법재판소 역시 제3조와 제4조의 규범력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다. 이런 경우가 드물거나 예외적인 것도 아니다. 우크라이나나 키프로스의 사례만 봐도 반국가단체(?)가 차지한 영토에 대한 통일 의지는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법원과 학계는 북한 정부에 대한 소송이 제기될 경우 북한 정부를 민법상 '비법인사단'으로 판단해 왔다. (다만 최근 예외적인 판례가 하나 생겼으나, 이 역시 북한을 국가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2) 외국인에 대한 강제북송은 정당한가?

 

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92헌바48 결정이 채택하고 있는 남북한 특수관계론은 북한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지에서 북한은 국가가 아닌 반국가단체이고, 따라서 북한이탈주민 역시 외국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검토 내용이자, 한국 법원의 일관적인 입장이다. 다만, 여기서는 이 쟁점을 양보하기로 했으니 북한이탈주민이 어쨌든 외국인이라고 전제하고 시작해보자. 즉, 이러한 가정에 따르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라는 취지에서 북한에 외국인을 강제로 직접 송환하는 것이 허용될 여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같은 가정에서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한다면 다른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우선 한국 헌법재판소는 “‘외국인’은 ‘국민’과 유사한 지위에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고 하여(헌법재판소 2001. 11. 29. 선고 99헌마494) 외국인에게도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완전하게 동일한 기본권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전통적 자유권(즉, 신체의 자유)만큼은 원칙적으로 보장된다는 것이 법학의 통설인 동시에 인류가 수립한 보편적인 원칙이다. 이는 우리 '헌법'뿐만 아니라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B규약'은 개인의 자유와 관련한 여러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은 취급 또는 형벌"을 받지 않을 권리와 "독립적이고 공평한 법원에 의한 공정한 공개심리를 받을 권리"다. 다르게 말하면, 'B규약'의 비준국들은 고문이나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모욕, 형벌이 실행되고 있으며, 독립적이고 공평한 법정에서의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에 외국인을 강제로 송환할 수 없다. 비록 해당 외국인의 중대한 범죄 사실이 의심된다고 할지라도, 그의 신체적 자유권에 중대한 침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9년 당시, 해군이 나포한 목선을 북한에 인계하는 모습
<그림 5> 2019년 당시, 해군이 나포한 목선을 북한에 인계하는 모습. (출처: 통일부)

 

그렇다면 여기서 두 가지 논점이 파생된다. ① 북한은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형벌이 실행되고 있으며, 독립적이고 공평한 법정에서의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인가? ② 우리는(한국 정부는/한국인은)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이 굳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계속)

 

 

※ 이 글은 2022년 8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갱신된 정보를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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