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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법학

[탈북 어민 강제북송의 쟁점과 검토] 2.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귀순' 절차가 필요한가?

by 김고기 님 2024. 7. 5.

<전체 목차>


  1.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인인가?
  2.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귀순' 절차가 필요한가?
  3. 북한이탈주민이 외국인이라면 강제송환이 정당한가?
  4. '난민법'상 강제송환 또는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가 가능한가?
  5. 요약 및 결론: 강제북송, 무엇이 문제이고 왜 문제인가?

 

 

이전 "1.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인인가?"에서 원론적인 관점에서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면, 지금부터는 구체적인 각론 차원에서 관련 쟁점을 검토해 보자.

 

2019년 11월 당시 탈북 어민 북송에 대한 통일부의 논지는 "탈북민은 북한이탈주민법상의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친 명백한 우리 국민으로서 이번 사례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고, 이러한 전제에서 "이들(북한이탈주민)에게 현실적인 사법적 관할권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으로 수용하는, 통칭 귀순이라고 하는 절차와 여건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해당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에 따른 보호대상자가 아니므로(요건), 해당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효과), 북한이탈주민이 해당 법의 보호를 받아 귀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요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외국인이란 것이다(효과).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주장은 타당한가?

 

2019년 당시 통일부가 진행한 정례브리핑의 주요 내용
<그림 3> 2019년 당시 통일부가 진행한 정례브리핑의 주요 내용.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사실 앞의 "1.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인인가?"의 논의에 따르면 이 쟁점은 검토의 가치조차 없다. 왜냐하면 행정청의 행위는 반드시 정당한 법률을 근거로 정당한 절차에 따라 발동되어야 하고(적법절차의 원칙), 모든 법률은 상위법에 모순·저촉될 수 없기 때문이다(상위법 우선의 원칙).

 

따라서 당시 통일부의 논지가 정당해지려면 '헌법' 제2조 및 제3조가 사문화되었거나, 일반적으로 그렇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문언과 다른 해석이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먼저 논증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한반도에 사실상 두 개의 국가가 실존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다소 이상적이고 원론적인 접근일 수 있다. 또 여러 행정소송과 위헌법률심판제청 사례에서 나타나듯, 국가 권력도 때로는 초법적으로 운용되곤 한다. 그러니 이번엔 원론은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통일부의 주장에 입각해서 쟁점을 점검해 보자.

 

(1)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에 대한민국 국적 부여가 포함되는가?

 

먼저 '북한이탈주민법'에서 말하는 '보호'의 의미는 대한민국 국적 부여를 포함하는 것인가? 다르게 표현하면,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자가 아닌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인인가? (당시 통일부의 주장)

 

‘북한이탈주민법’ 제1조는 그 목적에서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의 주민”이 “모든 생활 영역에서 신속히 적응·정착하는 데 필요한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다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북지역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고 한다고 해서 반드시 보호 및 지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법 제9조의 보호 결정의 기준에 따라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호의 범위에 대한민국 국적 부여가 포함되는가가 중요한 논점이 된다. 왜냐하면 이 사례에서 해당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인'으로 취급되어 북송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법’의 “보호대상자가 아님”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님"의 근거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지에는 큰 한계가 있다는 것은 굳이 해당 법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더라도, 법 전문을 모두 읽어본다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듯하다. ‘북한이탈주민법’은 그 어디에서도 국적 부여와 관련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다시 한번, 적법절차의 원칙). 또한 ‘보호’라는 표현을 당국의 입장만을 통해 본다면 신체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읽힐 여지가 있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는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신속히 적응·정착하는 데에서 필요한 보호에 해당한다. 이는 법 제11조에서 제26조까지 이어지는 구체적인 보호의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북한이탈주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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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조(정착지원시설에서의 보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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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조(학력 인정)
제14조(자격 인정)
제15조(사회적응교육 등)
제16조(직업훈련)
제17조(취업보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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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조의4(세제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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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조의6(창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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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조(특별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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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조(주거지원 등)
제21조(정착금 등의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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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조(교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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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조(의료급여 등)
제26조(생활보호)
...

<표 1>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관련 조항.

 

따라서 해당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이탈보호법’상 보호 대상 여부와 대한민국 국적의 부여는 전혀 별개의 사안으로, 애초에 논의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

 

(2)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기 위해서는 '귀순' 절차가 필요한가?

 

다음 논점은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갖기 위해 별도로 '귀순'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여부다.

 

‘북한이탈주민법’에는 국적의 부여를 규정한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귀순과 관련한 절차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강제북송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된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 어디에도 귀순과 관련된 절차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갖기 위해 별도로 ‘귀순’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하는 것은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에 정면으로 반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법 제9조 제1항은 보호 결정의 기준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데, 제3항에서는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보호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하더라도 법에 따른 보호 및 특례와 “2. 그밖에 사회정착에 필요하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호 및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순 절차(?)를 만족하지 못해 곧 강제추방할 외국인이지만, 그럼에도 사회정착에 필요한 ▲정착지원시설, ▲학력·자격 인정, ▲직업훈련, ▲거주지 보호, ▲국민연금 특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는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자가 아니면 위와 같은 각종 지원·특례(보호)가 제한된다는 것일 뿐, "대한민국 국민이 아님"과는 전혀 무관함을 보여준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보호 결정의 기준) ① 제8조제1항 본문에 따라 보호 여부를 결정할 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개정 2019. 1. 15., 2020. 12. 8.>
  1.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2.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3. 위장탈출 혐의자
  4. 삭제 <2020. 12. 8.>
  5. 국내 입국 후 3년이 지나서 보호신청한 사람
...

③ 통일부장관은 북한이탈주민으로서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보호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에게는 필요한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보호 및 지원을 할 수 있다. <개정 2014. 5. 28., 2017. 3. 21., 2019. 1. 15., 2020. 12. 8.>
  1. 제11조ㆍ제13조ㆍ제14조ㆍ제16조ㆍ제17조의3ㆍ제19조ㆍ제19조의2ㆍ제20조(이 조 제1항제5호에 해당하여 보호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경우만 해당한다)ㆍ제22조 및 제26조의2에 따른 보호 및 특례
  2. 그 밖에 사회정착에 필요하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호 및 지원

<표 2>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의 주요 내용.

 

즉, 통일부의 입장을 인정한다면 보호 대상자가 아닌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인으로서 추방의 대상이기에 제3항 제2호의 규정과 정면으로 모순된다.

 

마찬가지로 동원된 '난민법'상 '난민불인정결정'에도 동일한 모순이 존재한다. '난민법'상 난민불인정의 결정권자는 법무부 장관이다. 또한 불인정결정을 받은 사람에게는 30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난민법'은 난민신청자(난민인정 신청 심사가 진행 중이거나 이의신청 제기·행정심판 등이 진행 중인 사람)에 대한 강제송환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당국이 해당 사례에 난민법을 적용했다고 이야기한다면, 이는 오히려 '난민법'상 핵심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된다.

 

 

법에는 유추해석 금지 원칙이 있다. 유추해석이란 어떤 사항에 대해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없을 때, 이와 비슷한 사항을 규정한 조항을 적용하는(유추하는) 방법이다. 사회는 빠르게 바뀌는 데, 법이 그와 조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활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유추해석은 민사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될 뿐, 세법과 형법의 영역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왜냐하면 해당 영역에는 본질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해 대상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면 유추해석이 적용될 수도 있다.)

 

이는 인권법과 난민법의 영역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인권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이므로, 불리한 방향의 유추해석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백여 년 동안 인류가 수립한 보편적인 가치이자 원칙이었다.

 

물론 법에 없는 국적 부여, 귀순 절차를 적용하고, 정작 법에 있는 보호, 난민 신청, 강제송환 금지는 도외시한 채 이루어진 강제북송을 '유추해석'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계속)

 

 

※ 이 글은 2022년 7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갱신된 정보를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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