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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법학

[탈북 어민 강제북송의 쟁점과 검토] 4. 난민법상 강제송환 또는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가 가능한가?

by 김고기 님 2024. 9. 13.

<전체 목차>


  1.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인인가?
  2.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귀순' 절차가 필요한가?
  3. 북한이탈주민이 외국인이라면 강제송환이 정당한가?
  4. 난민법상 강제송환 또는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가 가능한가?
  5. 요약 및 결론: 강제북송, 무엇이 문제이고 왜 문제인가?

 

 

여기서는 이전 "3. 북한이탈주민이 외국인이라면 강제송환이 정당한가?"의 쟁점을 이어받아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의 관점에서 당시 통일부의 주장을 검토하고, 강제북송의 정당성을 점검해보자.

 

탈북민단체 회원들이 강제북송 사건의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집회를 개최하는 모습
<그림 6> 2022년 7월, 탈북민단체 회원들이 강제북송 사건의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출처: 서울경제)

 

매 주제마다 계속 반복되지만, 이번 쟁점 역시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의 전제를 무력화하지 못하는 한 검토의 가치조차 없다. 여기에 더해 이 주제는 근본적으로 검토의 실익이 존재하지 않는데, 2019년 11월 사건 발생 당시 통일부 입장은 물론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요청에 따라 외교부가 2020년 2월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보낸 답변서에도 해당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을 적용할 수 없음을/적용하지 않았음을 직접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당시,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북송이) '난민법'이나 '출입국관리법'을 준용한 것이냐는 이인영 의원의 질문에 대해 "북한 주민이기 때문에 그런 법들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지금(2022년 7월) 시점에서 왜 이들 법이 다시 쟁점이 된 것일까? 우선 김연철 장관 답변에 대한 오해·오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연철 장관은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대답하였지만, 해당 법의 취지를 원용하였다고 말하였다. 일종의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조: 2.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귀순' 절차가 필요한가?) 그리고 이러한 논지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라 강제송환이 정당하다고 와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북송을 진행한 통일부는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을 근거로 하지 않았다는데, 정작 다른 이들이 해당 법을 근거로 했다고 주장하니 참 기묘한 상황이다.

 

여하튼 지금부터는 외부의 정치적·당파적 요소는 배제하고, 오로지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의 관점에서 강제북송의 정당성을 점검해 보자.

 

(3) '난민법'에 따른 강제송환이 가능한가?

 

'난민법' 제2조 제1호는 아래와 같이 난민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다.

 

「난민법」

...
제2조(정의) ...
1.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을 말한다.

 

또한 동조 제4호에서는 난민신청자를 “대한민국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난민 또는 난민신청자의 개념에 있어 외국인이 전제된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문제의 사례에서 '난민법'상 강제송환 적용 여부는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애초에 송환이라 하면 입국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인데, 자국민을 자국에 돌려보낸다는 개념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보를 거듭해 북한이탈주민을 외국인이라고 전제한 채 남은 논점을 점검해보자. '난민법'의 핵심이자, 몇 안 되는 강행규정이 바로 '강제송환 금지' 조항이다. '난민법' 제3조는 "난민인정자와 인도적체류자 및 난민신청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송환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난민신청자"라 함은 난민인정 신청 심사가 진행 중이거나 이의신청 제기·행정심판 등이 진행 중인 사람을 의미한다.

 

이 조항이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 악용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난민의 상당수가 강제송환 시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난민법'은 행정청에 엄격한 절차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난민불인정 시 법무부장관은 "그 사유와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는" 통지서를 교부해야 하여, 이의신청 기간 중에는 강제송환이 금지된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 3일 만에 이루어진 강제북송 결정 과정에서 '난민법'이 적용되었을 여지는, 이처럼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국제난민법'은 당시 통일부의 결정을 위법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탈북 어민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자되던 당시의 모습
<그림 7> 동료 16명을 살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탈북 어민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자되던 당시의 모습. (출처: 통일부)

 

(4)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강제퇴거가 가능한가?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은 강제퇴거의 대상자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인”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동법 제2조에 따르면 외국인이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을 말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을 부정하거나 사문화되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북한주민에 대한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규정은 적용될 수 없다.

 

이는 통념적으로도 당연한 이치인데, 자국 국민을 자국 밖으로 추방한다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매우 심각하고도 중대한 침해이므로 이것이 인정될 여지는 원천적으로 없다.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2항은 “영주자격을 가진 사람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되지 아니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자국 국민이 아닌 영주권자에 대한 강제퇴거마저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실제 대법원 판례 역시 유사하다. 지난 96년 북한이탈주민이 강제퇴거된 사례에서,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 소정의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를 시키기 위하여는 상대방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인정받은 북한이탈주민의 강제퇴거명령은 무효임을 확인하였다(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누1221).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북한이탈주민을 외국인이라고 가정하고 다시 논점을 진행해보자. 이 사건에서 해당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상태는 '출입국관리법'에서 규정하는 '불법입국'에 해당한다. 즉,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밀입국'이다. 밀입국에 대한 기본 대처는 추방이므로, 탈북 어민의 추방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법이 실제 행정청에 요구하는 절차를 살펴본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대상이 외국인일 경우 판단 및 집행의 주체가 법무부(장관)여야 한다는 점은 사소하니 넘어가자. 더불어 불법입국의 경우에도 난민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곧바로 (3)의 논점으로 진입하게 된다. 이는 대한민국이 가입한 '난민협약'의 내용인 동시에 실제 법원의 판례이기도 하다.

 

유엔난민기구의 로고
<그림 8> 유엔난민기구의 로고. 대한민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다. (출처: 유엔난민기구)

 

가장 심각한 논리적 결함은, 강제북송(귀순 불인정)의 핵심 명분으로 '귀순의 진정성'이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즉, 당시 통일부의 논리에 따르면 '귀순 진정성'을 만족하지 못하였으므로 해당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상태가 된다. 그런데 '국적법'에 따르면 "외국인"이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자"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건의 탈북 어민은 '귀순'이 아닌 '귀화'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외국인에게 '귀순의 진정성'을 요구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출입국관리법' 및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지만, 외국인도 아닌 상태를 제시하는 것이다(다시 한번, 적법절차의 원칙). 두 번째는, 이 사례에 '출입국관리법'을 적용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강제북송 과정에서 '출입국관리법'을 적용할 여지는 없다. '출입국관리법'의 취지를 원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국적법'과 '헌법'의 취지를 부정해야만 한다. (계속)

 

 

※ 이 글은 2022년 8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갱신된 정보를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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