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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미디어/게임

[리뷰] <Hook>(2015): 간단함 속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퍼즐

by 김고기 님 2023. 10. 21.

Hook의 커버 이미지
<그림 1> <Hook>(2015)의 커버 이미지. 선과 면을 이용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미리 한 줄 요약: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것만 빼면 '갓겜'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았다.

 

<Hook>


개발: Maciej Targoni
유통: Maciej Targoni
장르: 퍼즐
출시: 2015년 0월
가격: 2,300원
한국어: 지원

난이도(클리어): 쉬움
난이도(100%): 클리어와 동시에 달성
플레이 시간(클리어): 1시간 정도
플레이 시간(100%): 클리어와 동일

 

 

이번에 살펴볼 게임은 2010년대 후반, 인디 퍼즐계의 갓겜으로 빠짐없이 언급되던 <Hook>(2015)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도 7천 개가 넘는 평가 중 97%가 긍정적으로, 인디 게임뿐 아니라 전체 게임 중에서도 평가가 매우 좋은 편에 속합니다.

 

단순하고 아름다운 게임

 

게임 방식은 단순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엮여 있는 막대를 서로 꼬이지 않게 모두 회수하면 됩니다.

 

Hook&#44; 기본 개념을 보여주는 스테이지
<그림 2> <Hook>의 기본 개념을 보여주는 스테이지. 서로 교차하거나 엮여 있는 막대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검정 버튼을 클릭하면 버튼에 연결된 막대가 회수됩니다. 위 퍼즐에서는 왼쪽 버튼을 먼저 클릭하고 그다음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모든 막대가 회수되겠네요.

 

얼핏 보기엔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매우 단순하고 직관적입니다. 게임 정보에는 무려 27개 언어를 지원한다고 써있는데, 사실 게임 내에는 그 어떤 문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 레벨을 보여주는 숫자와 앞뒤 표시가 그나마 등장하는 문자입니다. 그래도 진행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직관적입니다.

 

Hook&#44; 새로운 장치가 등장하는 스테이지
<그림 3> 레벨이 진행될수록 새로운 장치가 등장한다. 흰 원은 회전을 통해 내부의 선을 연결하거나 끊는 역할을 수행한다.

 

레벨이 진행되면 선의 진행 방향을 바꾸거나, 원격으로 선을 움직이는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장치와 요소가 등장합니다.

 

Hook&#44; 원격 장치를 보여주는 스테이지
<그림 4> 막대 끝 와이파이 로고(?)의 모양에 따라 다른 막대들이 원격으로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

 

총 50개의 레벨로 구성되어 있고, 난이도는 굉장히 쉬운 편에 속합니다. 중반부까지는 실수에 대한 페널티도 전혀 없습니다.

 

40단계를 넘어서면 슬슬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세 개의 라이프가 제공되고, 실수(막대 회수를 실패)할 때마다 라이프가 하나씩 차감됩니다. 라이프를 모두 소모하면 해당 레벨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합니다.

 

이쯤 되면 막대 하나에 기본적으로 서너 요소가 얽혀 있어 점점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 게임이 너무 쉽다고 느꼈던 플레이어도 여기서부턴 재밌어질 겁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게임 자체가 어렵지 않게 디자인되어 있어 아무리 늦어도 2시간이면 누구나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플레이 타임은 매우 짧은 편입니다.

 

Hook&#44; 후반부 스테이지
<그림 5> 본격적으로 난이도가 올라가는 후반부 스테이지의 모습.

 

근래 성공한 인디 게임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훌륭한 배경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입니다. 잘 만든 배경음악 하나만으로도 작품의 분위기가 확 잡히지요. <Hook> 역시 잔잔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일품입니다. 이 음악은 직관적이고 어렵지 않은 점과 더불어 <Hook>을 힐링 게임으로 불리게 만들었습니다.

 

도전 과제는 딱 하나만 있습니다. 별도의 특별한 조건 없이 50레벨 클리어와 동시에 달성됩니다. 이건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Hexcells> 시리즈처럼 퍼펙트 클리어를 도전 과제로 제시했다면 짧은 플레이 타임을 늘리는 동시에 조금은 쉬운 난이도도 잡을 수 있었을 것 같네요. 막상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클리어하려고 하면 쉬운 게임만은 아니니 말입니다.

 

게임 디자인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특히 레벨 디자인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새로운 장치가 등장하면 먼저 그 장치의 용도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 바로 이어 한계를 체험할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이나 튜토리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튜토리얼이 게임 플레이와 완벽하게 결합돼 있는 셈입니다. 기존 장치에 익숙해졌다 싶으면 곧장 새로운 장치가 등장하기에 지겨울 새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시작하면 웬만한 플레이어들이 엔딩까지 쭉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만큼 레벨 디자인이 매우 잘 되어 있는 거겠죠.

 

전체적으로 특별히 훌륭하거나, 인생에 남을 작품이라 하긴 어렵지만, 2$ 값어치에는 차고 넘치는 게임입니다. 트레이딩 카드도 제공됩니다. 다른 게임을 즐기다 잠시 휴식 삼아 플레이하거나, 게임 제작을 공부하거나, 아니면 그냥 프로필을 장식하는 등 그 어떤 목적에도 모두 어울리는 게임이니 꼭 한 번 플레이해보세요.

 

Hook 2의 스크린샷
<그림 6> 2022년 출시된 <Hook 2>의 모습. 기본 개념은 유지하되, 퍼즐의 틀이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입체로 확장되었다.

 

 

<Hook>

2015년 1월 | 퍼즐

장점
  • 배우기도 쉽고 클리어도 쉽다. 퍼즐 특유의 실패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기 때문에 마음 편히 플레이할 수 있다.
  • 거기에 잔잔하고 아름다운 음악까지 깔려서 플레이만으로도 진정되는 기분이다.
  • 2,300원이라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세일도 자주 한다.

단점
  • 플레이 타임이 매우 짧다.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만, 도전 과제 등을 통해 플레이 타임을 늘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점이 아쉽다.
  • 퍼즐 게임으로서는 난이도가 매우 쉬운 축에 속한다. 평소 퍼즐을 즐긴다면 40레벨 이후가 메인 게임이라고 생각하자.
  • 이런 종류의 미리 디자인된 퍼즐 게임의 공통적인 단점인데, 일단 한 번 클리어하면 더 이상 할 게 없다. 재밌는 퍼즐일수록 더 아쉽기 마련이다.

 

 

※ 이 글은 2017년 6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최신 경향을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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