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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미디어/게임

[리뷰] <Zup!> 시리즈: 플랫폼을 노린 영리한 퍼즐

by 김고기 님 2023. 10. 2.

Zup! Q의 커버 이미지
<그림 1> 2023년 기준 <Zup!> 시리즈의 최신작 <Zup! Q>(2023)의 커버 이미지. <Zup! Z>(2020) 이후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오랜만에 신작이 출시되었다.

 

미리 한 줄 요약: 재밌는 퍼즐 게임을 샀더니 스팀 프로필 꾸미기용 도전 과제도 주네요.

 

<Zup!> 시리즈


개발: Quiet River
유통: Quiet River
장르: 퍼즐
출시: 2016년 10월~
가격: 2,300원(전 시리즈 동일)
한국어: 지원

난이도(클리어): 작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쉬움
난이도(100%): 클리어와 동일
플레이 시간(클리어): 작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2시간 정도
플레이 시간(100%): 클리어와 동시에 달성

 

 

이번에 살펴볼 게임은 Quiet River가 개발한 <Zup!> 시리즈입니다. 단돈 2$(2,300원)에 불과한 이 게임은 2편을 기준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무려 96%(압도적으로 긍정적)에 달합니다. <스카이림>이나 <배트맨: 아캄 시티>에 버금가는 갓겜이지요.

 

조금은 부족한 게임성

 

게임 방식은 무척 단순합니다.

 

빨간 블록을 클릭하면 폭발이 일어나 주변의 블록이 날아갑니다. 이를 통해 파란 블록을 초록색 땅 위에 안착시키면 됩니다. 물리 엔진이 적용되어 있기에 속력과 방향에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Zup! 스크린샷 1
빨간 블록을 적당히 잘 눌러서

 

파란 블록을 멀리 날린 다음

 

Zup! 스크린샷 3
초록색 땅 위로 안착시키면 됩니다. 은근히 재밌습니다.

 

게임의 난이도는 전체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플레이어의 역할은 어느 블록을 먼저 클릭하는가 하는 정도로, 퍼즐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1편은 30분, 2편은 1시간이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후속 작품으로 가면 원형 블록이나 스위치, 중력을 바꾸는 블록 등 다양한 장치가 등장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지막 스테이지 정도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공략 없이 충분히 클리어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강점은 바로 도전 과제

 

이처럼 <Zup!> 시리즈는 퍼즐 게임으로서는 특출난 점이 없습니다. 플레이 타임도 많이 짧지요. 그런데도 이 게임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도전 과제 때문입니다.

 

레벨 하나를 진행할 때마다 서너 개의 도전 과제 달성 메시지가 계속해서 올라옵니다. 도전 과제 달성을 위해 노력해본 분들이라면 달성 순간에 나타나는 메시지가 얼마나 짜릿한지 아실 겁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은 퍼즐 해결보다는, 해결을 통해 쉽게, 또 많이 얻게 되는 도전 과제가 진짜 메인 콘텐츠인 셈이지요.

 

Zup! 2의 도전 과제를 모두 달성한 모습
<그림 2> <Zup! 2>의 도전 과제를 모두 달성한 모습. 수백 개의 도전 과제를 누구나 100%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더군다나 받게 되는 도전 과제 아이콘이 알파벳과 숫자 등의 기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스팀에선 프로필에 도전 과제를 전시할 수 있는데, 그 도전 과제 전시대에 메시지를 세길 수 있게 되는 거죠.

 

Zup! 2의 도전 과제와 스팀의 도전 과제 전시대를 이용해 메시지를 남긴 모습
<그림 3> <Zup! 2>의 도전 과제와 스팀의 도전 과제 전시대를 이용해 메시지를 남긴 모습.

 

스팀과 연동해 제공되는 트레이딩 카드와 배지 역시 상당히 깔끔하고 예뻐서 인기가 많습니다. 도전 과제와 트레이딩 카드, 프로필이라는 스팀의 부가 요소를 매우 영리하게 이용한 게임입니다. 콘텐츠가 약간 부족하더라도 플랫폼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무척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애초에 플랫폼 자체가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된(이른바 게임 모으는 게임) 스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플랫폼―콘텐츠―사용자의 연계

 

<Zup!> 시리즈는 1편의 성공을 기점으로 총 17편의 작품이 발매되었습니다. 2020년 <Zup! Z> 출시 이후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2023년 <Zup! Q>가 새롭게 출시되었습니다.

 

2편에선 전편의 부족한 플레이 타임과 난이도를 보충했고, 더욱 다양한 도전 과제를 제공해 극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3편이 넘어가면서부터 평가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는데요, 도전 과제만 무지막지하게 늘렸을 뿐 퍼즐 재탕이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작자도 게이머들의 평가에 절치부심했는지, 7편부터는 퍼즐 요소가 보완되기 시작하더니 12번째 작품인 <Zup! S>에 이르러선 퍼즐 자체만으로도 재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역대 최고의 판매고를 올립니다. 게임이 아니라 도전 과제를 판다는 비판도 어느새 사라졌죠. 역시 콘텐츠 외적인 요소로 성공하더라도, 콘텐츠 그 자체의 가치도 잊어선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근래 쇼핑몰 등의 여러 서비스가 플랫폼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스팀과 <Zup!> 시리즈의 사례처럼 도전 과제 시스템을 잘 이용한다면 상당히 재밌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예컨대 리디북스 같은 플랫폼이 출판사와 연계해 보유한 책이나 읽은 시간, 혹은 책 내용으로 퀴즈를 출제해 배지와 메달을 지급한다면 꽤 흥미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Zup!> 시리즈

2016년 10월~ | 퍼즐

추천
  • 스팀의 도전 과제, 배지 등 프로필 시스템을 애용하는 사람
  •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 캐주얼한 퍼즐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
  • 인디 퍼즐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

비추천
  • 스팀 프로필 시스템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
  • 플레이 타임이 긴 게임을 원하는 사람
  • 머리 쓰는 어려운 퍼즐 게임을 원하는 사람

 

 

※ 이 글은 2017년 4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최신 경향을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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