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한 줄 요약: 게이머로서 훗날 내 아이에게 첫 게임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
<Zenge>
개발: Hamster On Coke Games
유통: Hamster On Coke Games
장르: 퍼즐
출시: 2016년 4월
가격: 2,300원
한국어: 지원
난이도(클리어): 매우 쉬움
난이도(100%): 클리어와 동시에 달성
플레이 시간(클리어): 2시간 이내
플레이 시간(100%): 클리어와 동일
이번에 살펴볼 <Zenge>(젠지) 역시 2010년대 후반을 풍미한 인디 퍼즐 게임입니다. 평가가 좋은 것 역시 <Hook>(2015)과 비슷합니다. 2023년 기준, 전체 평가 중 94%가 긍정적입니다.
쉽고 직관적인 게임 방식
게임 방식은 간단합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각을 그림에 맞춰 움직이면 됩니다.
각각의 조각은 정해진 경로 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움직이는 경로에 다른 조각이 있으면 부딪쳐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위 그림 3에선 아래, 위 두 조각이 더 움직일 수 없는 경로가 없네요. 이렇게 적절한 순서를 찾아서 그림 조각을 하나씩 배치하면 됩니다.
모든 그림을 제대로 맞춰 퍼즐을 해결하면 완성된 전체 일러스트를 보여주고 다음 레벨로 넘어갑니다.
게임이 진행되면 그림 조각이 많아지거나 붙이기, 뒤집기, 회전하기, 텔레포트 등 다양한 요소가 등장해 퍼즐의 난이도를 올립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꽤 어려워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 퍼즐의 난이도는 굉장히 쉽습니다. 첫 화면에서는 막막해 보이다가도 몇 번 움직여 보면 금방 해결 경로가 보입니다. 아마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퍼즐이 작정하고 플레이어를 괴롭히려면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이 있음에도, 의식적으로 더 쉽게 구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제작자부터가 "게임의 의도는 마음을 느긋하게 해주는 체험"이라고 밝혔으니까요. 퍼즐 게임이라면 으레 있을 재시작 버튼도 없습니다. 메뉴에 나갔다 들어오는 식으로 재시작을 할 수도 있겠지만, 순서가 핵심인 퍼즐인 만큼 경우의 수를 되돌아보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입니다.
무엇보다 재시작이 필요할 정도로 퍼즐이 꼬이는 경우가 없습니다. <소코반>(1982)으로 대표되는 순서 퍼즐은 조금만 잘못해도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깁니다. 물론 그게 또 나름대로의 재미긴 한데, 이 게임은 애초에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요소는 그렇다 치더라도 붙이기와 건너 이동이 있다면 분명히 막히는 경우가 만들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게임을 설계하는 사람으로서 일부러 진행이 안 되게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퍼즐에 관심 많은 분이라면 제작자가 레벨 디자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전체 레벨은 70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어려워지긴 하는데, 중반부를 넘기면 난이도를 비교하는 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절대적인 난이도는 매우 쉬운 편이며, 아무리 늦어도 2시간 정도면 누구나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도전 과제는 딱 하나이며, 클리어와 동시에 달성됩니다.
최고의 일러스트와 음악
퍼즐 게임으로서 <Zenge>는 썩 만족스러운 작품은 아닙니다. 깊이 생각한 후 조심스럽게 한 턴을 움직여 결과를 보는 재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애초에 게임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퍼즐을 풀어내면 해당 레벨의 배경이 되는 전체 일러스트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일러스트 하나하나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마치 몽환적인 그림책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일러스트에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작자에 따르면 "세상과 시간 사이에 갇힌 외로운 방랑자인 이언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대사 하나 없는 일러스트의 연속이라 자세하게는 알 수 없지만, 그 이미지만큼은 확실하게 전해집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제작자가 게임에 일러스트를 삽입한 게 아니라, 일러스트를 보여주고 싶어서 게임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여기에 아름다운 음악이 또 감상을 돕습니다. 일러스트와 음악을 따로 구입하고 싶다는 리뷰가 달릴 정도니, 다른 말이 더 필요할까 싶네요.
전체적으로 퍼즐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논리와 판단을 자극하기보단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 목적을 둔 작품입니다. "릴랙싱"이라는 태그가 잘 어울립니다. 그렇다고 퍼즐로서 수준이 미달인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정말 퍼즐만을 원하는 분이면 굳이 이 작품을 선택할 필요는 없을 듯하네요.
<Zenge>를 한 문장으로 소개하라면,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게이머로서 훗날 내 아이에게 첫 게임으로 추천해줄 수 있는 작품. 그만큼 아름답고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스트레스는 없고, 또 한편으론 인지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 만한 게임이니까요.
전반적으로 2$(2,300원) 가치에는 분명히 차고 넘치는 작품이었습니다. 거기에 트레이딩 카드도 제공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하지만, 특히 퍼즐 게임 제작을 준비하는 분들과 몽환적인 일러스트를 좋아한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플레이해보길 권하겠습니다.
<Zenge>
2016년 4월 | 퍼즐
장점
- 쉽고 직관적인 난이도. 물론 이는 동시에 단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퍼즐 특유의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 2,3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에 훌륭한 일러스트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 퍼즐이 포함된 동화책이라 생각하면 정확하다. 일러스트와 음악이 별로였다면 이건 오히려 큰 단점으로 작용했을 테다.
단점
- 굳이 단점으로 꼽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확실히 퍼즐 게임 자체로서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머리보다는 손을 더 많이 쓰는 게임이다.
- 플레이 타임이 상당히 짧긴 한데, 가격을 생각하면 단점으로 꼽기 미안하다. 사실 동류의 퍼즐 중에선 오히려 긴 편에 속한다.
- 일러스트 감상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작품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 이 글은 2017년 7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최신 경향을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lettered
'기술과 미디어 >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략]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2015) 아리아 클리어 후기와 팁 (1) | 2023.11.14 |
---|---|
[리뷰] <Hexcells> 시리즈: 지뢰 찾기, 네모로직, 스도쿠가 조합된 완성형 퍼즐 (0) | 2023.11.06 |
[리뷰] <Hook>(2015): 간단함 속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퍼즐 (1) | 2023.10.21 |
[리뷰]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2015): 더럽게 어렵고 더럽게 재밌다 (1) | 2023.10.14 |
[공략] <배트맨: 아캄 시티>(2011) 100% 달성 후기 (1) | 2023.10.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