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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미디어/게임

[리뷰] <Zenge>(2016): 편안하고 아름다운 퍼즐

by 김고기 님 2023. 10. 27.

Zenge&#44; 메인 화면
<그림 1> <Zenge>(2016)의 메인 화면. 그라데이션과 입체를 활용한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미리 한 줄 요약: 게이머로서 훗날 내 아이에게 첫 게임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

 

<Zenge>


개발: Hamster On Coke Games
유통: Hamster On Coke Games
장르: 퍼즐
출시: 2016년 4월
가격: 2,300원
한국어: 지원

난이도(클리어): 매우 쉬움
난이도(100%): 클리어와 동시에 달성
플레이 시간(클리어): 2시간 이내
플레이 시간(100%): 클리어와 동일

 

 

이번에 살펴볼 <Zenge>(젠지) 역시 2010년대 후반을 풍미한 인디 퍼즐 게임입니다. 평가가 좋은 것 역시 <Hook>(2015)과 비슷합니다. 2023년 기준, 전체 평가 중 94%가 긍정적입니다.

 

쉽고 직관적인 게임 방식

 

Zenge&#44; 기본 개념 1
<그림 2> <Zenge>의 기본 개념. 각 조각을 적합한 위치로 배치하면 된다.

 

게임 방식은 간단합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각을 그림에 맞춰 움직이면 됩니다.

 

Zenge&#44; 기본 개념 2
<그림 3> <Zenge>의 기본 개념. 조각이 자기 위치를 찾아 배치되면 일러스트로 전환된다.

 

각각의 조각은 정해진 경로 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움직이는 경로에 다른 조각이 있으면 부딪쳐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위 그림 3에선 아래, 위 두 조각이 더 움직일 수 없는 경로가 없네요. 이렇게 적절한 순서를 찾아서 그림 조각을 하나씩 배치하면 됩니다.

 

Zenge&#44; 기본 개념 3
<그림 4> <Zenge>의 기본 개념. 모든 조각을 제대로 배치하면 일러스트가 완성된다.

 

모든 그림을 제대로 맞춰 퍼즐을 해결하면 완성된 전체 일러스트를 보여주고 다음 레벨로 넘어갑니다.

 

게임이 진행되면 그림 조각이 많아지거나 붙이기, 뒤집기, 회전하기, 텔레포트 등 다양한 요소가 등장해 퍼즐의 난이도를 올립니다.

 

Zenge&#44; 본격적인 퍼즐이 시작된 모습
<그림 5> 본격적인 퍼즐이 시작된 모습. 조각이 충돌하지 않는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Zenge&#44; 조각을 반사시켜주는 대칭 장치의 모습
<그림 6> 조각을 반사시켜주는 대칭 장치의 모습. 레벨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장치가 등장한다.

 

Zenge&#44; 회전 장치와 순간이동 장치
<그림 7> 회전 장치와 순간이동 장치. 중반부로 접어들면 장치를 사용하는 순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진으로만 보면 꽤 어려워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 퍼즐의 난이도는 굉장히 쉽습니다. 첫 화면에서는 막막해 보이다가도 몇 번 움직여 보면 금방 해결 경로가 보입니다. 아마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퍼즐이 작정하고 플레이어를 괴롭히려면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이 있음에도, 의식적으로 더 쉽게 구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제작자부터가 "게임의 의도는 마음을 느긋하게 해주는 체험"이라고 밝혔으니까요. 퍼즐 게임이라면 으레 있을 재시작 버튼도 없습니다. 메뉴에 나갔다 들어오는 식으로 재시작을 할 수도 있겠지만, 순서가 핵심인 퍼즐인 만큼 경우의 수를 되돌아보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입니다.

 

무엇보다 재시작이 필요할 정도로 퍼즐이 꼬이는 경우가 없습니다. <소코반>(1982)으로 대표되는 순서 퍼즐은 조금만 잘못해도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깁니다. 물론 그게 또 나름대로의 재미긴 한데, 이 게임은 애초에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요소는 그렇다 치더라도 붙이기와 건너 이동이 있다면 분명히 막히는 경우가 만들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게임을 설계하는 사람으로서 일부러 진행이 안 되게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퍼즐에 관심 많은 분이라면 제작자가 레벨 디자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을 겁니다.

 

Zenge&#44; 본격적인 중반부 퍼즐의 모습
<그림 8> 본격적인 중반부 퍼즐의 모습. 체감 난이도는 매우 쉬운 편이다.

 

전체 레벨은 70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어려워지긴 하는데, 중반부를 넘기면 난이도를 비교하는 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절대적인 난이도는 매우 쉬운 편이며, 아무리 늦어도 2시간 정도면 누구나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도전 과제는 딱 하나이며, 클리어와 동시에 달성됩니다.

 

최고의 일러스트와 음악

 

퍼즐 게임으로서 <Zenge>는 썩 만족스러운 작품은 아닙니다. 깊이 생각한 후 조심스럽게 한 턴을 움직여 결과를 보는 재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애초에 게임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퍼즐을 풀어내면 해당 레벨의 배경이 되는 전체 일러스트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일러스트 하나하나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마치 몽환적인 그림책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일러스트에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작자에 따르면 "세상과 시간 사이에 갇힌 외로운 방랑자인 이언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대사 하나 없는 일러스트의 연속이라 자세하게는 알 수 없지만, 그 이미지만큼은 확실하게 전해집니다.

 

Zenge&#44; 방랑자 이언
<그림 9> 게임 내 일러스트 중에서. 직접적으로 제시되진 않지만, 방랑자 이언의 여행이 게임의 큰 줄기를 이룬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제작자가 게임에 일러스트를 삽입한 게 아니라, 일러스트를 보여주고 싶어서 게임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여기에 아름다운 음악이 또 감상을 돕습니다. 일러스트와 음악을 따로 구입하고 싶다는 리뷰가 달릴 정도니, 다른 말이 더 필요할까 싶네요.

 

Zenge&#44; 일러스트 화풍
<그림 10> 게임 내 일러스트 중에서. 그라데이션과 입체를 이용한 화풍이 돋보인다.

 

Zenge&#44; 가장 유명한 일러스트
<그림 11> <Zenge>에서 가장 유명한 일러스트.

 

Zenge&#44; SF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일러스트
<그림 12> SF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일러스트.

 

전체적으로 퍼즐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논리와 판단을 자극하기보단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 목적을 둔 작품입니다. "릴랙싱"이라는 태그가 잘 어울립니다. 그렇다고 퍼즐로서 수준이 미달인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정말 퍼즐만을 원하는 분이면 굳이 이 작품을 선택할 필요는 없을 듯하네요.

 

<Zenge>를 한 문장으로 소개하라면,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게이머로서 훗날 내 아이에게 첫 게임으로 추천해줄 수 있는 작품. 그만큼 아름답고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스트레스는 없고, 또 한편으론 인지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 만한 게임이니까요.

 

전반적으로 2$(2,300원) 가치에는 분명히 차고 넘치는 작품이었습니다. 거기에 트레이딩 카드도 제공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하지만, 특히 퍼즐 게임 제작을 준비하는 분들과 몽환적인 일러스트를 좋아한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플레이해보길 권하겠습니다.

 

 

<Zenge>

2016년 4월 | 퍼즐

장점
  • 쉽고 직관적인 난이도. 물론 이는 동시에 단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퍼즐 특유의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 2,3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에 훌륭한 일러스트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 퍼즐이 포함된 동화책이라 생각하면 정확하다. 일러스트와 음악이 별로였다면 이건 오히려 큰 단점으로 작용했을 테다.

단점
  • 굳이 단점으로 꼽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확실히 퍼즐 게임 자체로서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머리보다는 손을 더 많이 쓰는 게임이다.
  • 플레이 타임이 상당히 짧긴 한데, 가격을 생각하면 단점으로 꼽기 미안하다. 사실 동류의 퍼즐 중에선 오히려 긴 편에 속한다.
  • 일러스트 감상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작품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 이 글은 2017년 7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최신 경향을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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