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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미디어/게임

[리뷰] <Frederic> 시리즈: 매력적인 인디 리듬 게임

by 김고기 님 2024. 1. 6.

Frederic: Evil Strikes Back의 커버 이미지
<그림 1> 2023년 기준 <Frederic> 시리즈의 최신작 <Frederic: Evil Strikes Back>(2014)의 커버 이미지. 2016년에는 기존 1편에 음악과 멀티플레이 기능을 추가한 <Frederic: Resurrection of Music Director's Cut>이 발매되었다.

 

미리 한 줄 요약: 잘 만든 게임은 아닐지라도, 훌륭한 음악과 정신 나간 연출 덕에 확실히 기억엔 남은 작품.

 

<Frederic: Resurrection of Music> | <Frederic: Evil Strikes Back>


개발: Forever Entertainment S. A.
유통: Forever Entertainment S. A.
장르: 리듬
출시: 2014년 5월
가격: 3,300원 | 8,500원
한국어: 미지원
태그: 인디, 캐주얼, 음악, 액션, 코미디, 사운드트랙, 터치 친화

난이도(클리어): 매우 쉬움 | 쉬움
난이도(100%): 어려움 | 매우 어려움
플레이 시간(클리어): 2시간 이내 | 3시간 이내
플레이 시간(100%): 5시간 정도 | 시간이 문제가 아님

 

게임 시스템

  • PC 플랫폼에서 정말 보기 드문 고전적인 낙하형 리듬 게임이다.
  • 2014년에 출시된 작품으로, PC 리듬 게임이 전멸했던 시기에 출시된 터라 당시엔 상당한 호응이 있었다.
  • 7개의 키를 사용하며, 당연히 변경이 가능하다. 다만 스페이스 바에는 전용 기능이 할당되어 있기에 기본 입력키로 사용할 수 없다.
  • 키음(Keysound)은 당연히 적용되지 않았다. (해당 시스템 자체가 코나미의 특허 사항이다. 다만 이 특허는 2018년 9월에 만료되었다.) 오입력 시 잡음이 섞이는 방식이다.
  • 노트 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 퍼펙트 클리어를 노린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 리듬 게임 자체가 고일 대로 고여버린 장르인데, 이 게임은 입문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 일단 판정이 매우 넉넉하다. 초록 → 파랑 → 빨강 순서로 판정이 이루어지는데, 첫 초록에서 마지막 초록까지 거의 1초에 가까운 시간을 준다. 그러니까 웬만큼 빠르고 늦게 입력해도 다 인정해 준다.

Frederic&#44; 판정 지점에 따라 음표 색깔이 변하는 모습
<그림 2> 판정 지점에 따라 음표가 초록 &rarr; 파랑 &rarr; 빨강 순서로 변한다. 하얀 건반과 검은 건반 모두 가장 가운데가 퍼펙트 판정 지점이다.

  • 대신 퍼펙트(빨강) 판정은 상당히 엄격하다. 단독으로 보면 어려운 수준이 아니지만, 이 장르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다른 게임(<EZ2DJ>)에 비해 한 박자 늦게 들어가는 감이 있다.
  • 많은 사람들이 판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데, 언급한 박자 문제도 있지만 건반 UI의 문제가 더 크다. 그러니까 퍼펙트를 위해서는 노트가 건반 한가운데 왔을 때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은 보다시피 길이가 다르다. 낙하는 같은 곳에서 같은 속도로 했는데, 건반에 진입하고 나서는 눈에 보이는 속도가 달라진다. (입력 시간은 같다.) 굉장히 비직관적이다. 처음 접했을 땐, 아니 게임을 퍼펙트로 클리어한 지금까지도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이다.
  • 먼저 이야기했듯이 판정 자체는 굉장히 넉넉하기 때문에 단순히 클리어만 생각한다면 위 사항은 사실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이 게임에서 가장 좋았던 건 PC라는 플랫폼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 연쇄를 이어나가다 보면 알파벳이 써진 황금색 음표가 떠오른다. 이 알파벳은 기본 입력키를 제외한 다른 알파벳 중에서 무작위로 출현하는데, 플레이 중 해당 키를 누르면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기존 아케이드 리듬 게임에서는 결코 시도될 수 없었던, 정말 신선하고 획기적인 요소다. 덕분에 게임의 긴장도가 확 올라간다. 쉬운 난이도에서는 다 무시해도 상관없다. 어려운 난이도나 도전 과제를 위해서는 이 음표를 챙겨야 한다.

Frederic&#44; 황금색 알파벳 음표가 떠오르는 모습
<그림 3> 황금색 G 음표가 화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 상단 끝에 다다르기 전에 G키를 입력하면 추가 점수를 얻게 되는데, 초반에는 괜히 이걸 노리다가 콤보를 끊어먹기 십상이다. 사실 웬만큼 익숙해져도 콤보가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게임에 긴장감을 주는 훌륭한 시스템이었다.

  • 태블릿을 위한 터치스크린 플레이 모드가 따로 존재한다. 이렇게 플레이할 경우 체감 난이도가 다소 낮아진다.
  • 1편 기준 수록곡은 12곡 남짓, 플레이 타임은 2시간 정도로 그렇게 볼륨이 큰 게임은 아니다. 또한 플랫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된 게임이다 보니 곡을 추가하거나 사용자가 곡을 만들 수도 없다. 리듬 게임으로서는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음악

  • 1편의 음악은 무척 훌륭하다. Frederic이란 제목에서 드러나듯 쇼팽의 여러 명곡을 작중 캐릭터의 콘셉트, 예컨대 힙합이라든가 서부시대, 메탈 등과 조합해 정말 잘 편곡했다.
  • 2편의 음악은 다소 애매하다. 쇼팽의 명곡 대신 유명 팝(<빌리진>, <포커 페이스> 등)을 요리조리 잘 편곡해서 내놨는데, 아무래도 원곡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 수록곡을 별도 DLC가 아닌 mp3 파일로 바로 제공한다는 것도 소소하지만 크게 느껴지는 장점이었다.

 

난이도

  • 리듬 게임 입문자도 별다른 고생 없이 두세 번 만에 엔딩으로 직행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 1편의 경우 노트 수도 많지 않고, 곡 길이도 3분 정도기 때문에 정말 쉽다.
  • 2편은 1편이 너무 쉽다는 평가를 반영해서인지 노트 수도 많아졌고, 곡 길이도 5분 정도로 늘어났다. 확실히 1편에 비해서는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쉽다.
  • 게임 내 난이도 조절이 큰 의미가 없다. 높은 난이도라고 해서 노트가 늘어나고 패턴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약간의 노트 추가와 함께 클리어 최저선이 높아지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클리어 자체가 어려워지기는 하지만 명확한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 쇼팽 난이도 클리어를 위해서는 100%에 가까운 정확도와 무작위 음표를 대부분 잡아내야 한다. 그래도 판정이 워낙 넉넉해서 서너 번 정도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다.
  • 다만 도전 과제를 노린다면 말이 좀 달라지는데, 기묘한 퍼펙트 판정과 맞물려 정말 성가시다. 1편은 하드 모드 곡 하나를 60% 퍼펙트 이상으로, 2편은 곡 하나를 100% 퍼펙트로 처리해야 한다. 성질 버리기 딱 좋다.

Frederic&#44; 핵심 도전 과제
<그림 4> 1편의 Grand Composer 과제는 "불가능한 점수로 레벨을 끝내라"고만 써 있어 얼핏 보면 감이 안 올 텐데, 스테이지 1을 쇼팽 난이도로 보너스 점수 포함 62,000점 이상으로 클리어하면 된다. 게임 내에서 최소 40,600점을 얻어야 한다. 2편의 Impossibru는 곡 하나를 100% 퍼펙트로 처리해야 한다. 대신 보너스 노트는 안 챙겨도 된다.

 

스토리

  • 스토리가 무척 인상적이다. 악(?)의 음모로부터 음악 세계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쇼팽을 무덤에서 부활시켰고, 그런 쇼팽을 없애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악당(?)들이 음악 대결을 걸어오는데...
  • 다만 한국어 평가에서는 스토리에 대한 혹평이 많다. 먼저 자막이 없어서 알아듣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있는데, 실제로 1편엔 자막이 없다. 다만 2편엔 있다. 그런데 2편도 옵션에서 자막을 활성화하는 게 아니라 게임 진행 중 메뉴를 불러 활성화하는 방식이라 따로 찾아보지 않으면 자막이 있는지 모르고 넘기게 된다. 사실 나도 찾아보기 전엔 자막이 있는지 몰랐다.
  • 스토리는 1편이 훨씬 재밌었다. 1편이 쇼팽의 여러 명곡을 이용한 기승전결이 분명했다면, 2편은 유명 팝 음악을 쓰기 위해 다소 급조된 감이 있다.
  • 스토리 안에 서구식, 특히 4chan식 유머 감각이 풍부하다 보니 거부감을 느낀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얼핏 봐도 패러디와 이스터 에그가 상당하다. 그래서인지 영어 평가에서는 오히려 스토리를 장점으로 꼽는 경우도 있었다.

Frederic&#44; 악의 세력과 음악으로 대결하는 쇼팽
<그림 5> 21세기에 부활한 쇼팽이 악의 세력과 음악으로 대결한다는 것이 주된 스토리다. 얼핏 보면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도 약간 정신을 놓은 것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작노트: 이 게임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인상적인 플랫폼 최적화 요소. 낙하형 리듬 게임은 <EZ2DJ> 이래 더 발전할 만한 요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스템적으로 완성된 장르였다. <프레데릭> 시리즈는 키보드를 사용하는 PC란 점을 이용해 기본 7키 이외에 무작위의 알파벳 키를 누르는 시스템을 추가했는데, 리듬 게임 장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싶을 만큼 감탄이 나온 요소였다.
  •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의 중요성. 리듬 게임인 만큼 판정 기준은 명확하다. 그런데도 판정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것은 건반부 인터페이스의 속도가 보편적인 관점에서 너무도 비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자막 문제도 비슷하다. 애초에 스토리를 보려는 사람들은 이벤트 장면에서 별도의 조작을 할 생각을 안 하는 게 일반적인데, 자막을 활성화하려면 장면 진행 중에 별도 조작을 해야 한다. 자막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게 당연하다.
  • 매력적인 캐릭터와 눈길을 끄는 그래픽의 힘. 비록 부정적인 평가가 꽤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는 플레이어들이 스토리 장면을 많이 보기는 했다는 뜻이다. 그게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리듬 게임인데도 말이다. 원래 이쪽 업계에서는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서운 법이랬다. 이는 재미있는 캐릭터와 훌륭한 연출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확실히 <프레데릭> 시리즈는 훌륭한 게임은 아닐지라도, 자기 색깔만큼은 분명한 작품이었다.

 

Frederic&#44; 프레디 머큐리와 대결을 펼치는 쇼팽
<그림 6> 프레디 머큐리와 대결을 펼치는 쇼팽. 인디 게임에서는 시스템의 완성도만큼이나 게임의 색깔이 중요하다. 이처럼 특이한 연출이 없었다면 <Frederic> 시리즈는 그저 특이한 리듬 게임 정도로 잊혀졌을 것이다.

 

 

※ 이 글은 2019년 2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최신 경향을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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