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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미디어/게임

[리뷰] <Oik> 시리즈: 인디 퍼즐 개발자를 위한 훌륭한 참고 사례

by 김고기 님 2023. 12. 29.

Oik Reloaded의 커버 이미지
<그림 1> 2023년 기준 <Oik> 시리즈의 최신작 <Oik Reloaded>(2020)의 커버 이미지. 2010년대 중반 스팀을 달구었던 인디 퍼즐 열풍이 식은 만큼 앞으로 후속작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미리 한 줄 요약: 퍼즐 게임 자체로서도 꽤 훌륭했지만, 그보다 인디 개발자에게 주는 교훈으로 더 크게 다가왔다.

 

<Oik> 시리즈


개발: Crew Lab
유통: Crew Lab
장르: 퍼즐
출시: 2017년 2월~
가격: 1,100원(전 시리즈 동일)
한국어: 지원

난이도(클리어): 약간 어려움
난이도(100%): 클리어와 동일
플레이 시간(클리어): 작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2시간 이내
플레이 시간(100%): 클리어와 동시에 달성

 

 

2016년을 전후해 스팀을 달구었던 인디 게임 열풍, 특히 <Zup!> 시리즈의 대성공 이후 유사한 장르의 작품이 많이 출시되었다. <Oik> 시리즈는 그중에서도 성공 사례에 속한다.

 

<Zup!> 시리즈의 발전적 계승?

 

당연히 게임 자체도 <Zup!> 시리즈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우선 <Zup!>(2016)은 특정 블록을 폭파시켜 그 추진력으로 파란 블록을 플랫폼에 안착시키는 게 목표인데, <Oik>(2017)는 블록을 클릭해 사라지게 만든 뒤 블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파란 블록을 플랫폼에 안착시키는 방식이다. 물리 엔진을 이용해 특정 블록을 플랫폼에 안착시킨다는 기본 개념이 같은 셈이다. 다만 이런 식의 개념은 <Zup!> 이전에도 많았던 만큼 바로 표절을 지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Oik&#44; 기본 개념
<그림 2> <Oik>의 기본 개념을 보여주는 초반부 스테이지. 각 블록은 물리 엔진의 영향을 받으며, 클릭하면 사라진다. 이를 통해 파란 블록을 플랫폼 위로 안착시키는 게 게임의 목적이다.

 

다만 <Oik>가 <Zup!>의 영향을 받은 건 절대 부정할 수 없는데, <Zup!>이 게임 자체도 훌륭했지만 게임 외적인 부분(도전 과제를 비롯한 스팀 아이템)을 영리하게 노려 성공한 것과 정확히 같은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게임 역시 꾸미기 용도로 사용 가능한 다량의 도전 과제를 제공한다.

 

이런 태생적 한계에도 <Oik> 시리즈를 그 자체로 평가할 수 있는 건 <Zup!> 시리즈가 조금은 놓치고 있었던 퍼즐로서의 완성도를 잘 잡아 내었기 때문이다. 사실 <Zup!> 시리즈의 퍼즐 요소는 굉장히 제한적으로, 클릭 순서의 차이일 뿐 애초에 플레이어가 별로 고민해야 할 요소 자체가 많지 않았다. 이에 비해 <Oik>는 다수의 블록을 제어해야 하고 두세 번의 연쇄를 거치고 나서야 파란 블록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아 어느 정도 생각과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 후반부 퍼즐은 최소 서너 번은 도전해야만 했다. 물리 퍼즐로서의 감각도 <Oik> 쪽이 훨씬 더 역동적이었다.

 

Oik&#44; 심화 개념
<그림 3> <Oik>의 심화 개념을 보여주는 스테이지. 좌측 블록을 적절히 쓰러트려 파란 블록을 플랫폼까지 날려야 한다.

 

<Oik 2>(2017)에는 기존의 파란 블록 안착과 더불어 빨간 블록을 반드시 플랫폼 밖으로 밀어내야 하는 요소가 추가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난이도 증가가 있었는데, 퍼즐 게임의 요소 추가로는 정말 훌륭하고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하고 싶다.

 

전반적으로 1$(1,100원)의 가치로는 분명 차고 넘치는 게임이었다. 캐주얼 퍼즐을 좋아한다면, 혹은 도전 과제를 수집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도전 과제에 너무 심취했는지, 후속작에서 뇌절을 하고 말았다. 3편(2017)의 600 도전 과제와 4편(2018)의 1,800 도전 과제는 과해도 너무 과했다. 이 정도면 기존의 플랫폼 시스템을 교란하는 급이다. 그런 만큼 오히려 도전 과제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꺼리게 될 것 같았는데, 실제로 4편의 구매는 전작에 비해 심각하게 줄어들었다.

 

Oik 2&#44; 추가 개념
<그림 4> <Oik 2> 중에서. 파란 블록을 안정적으로 플랫폼 위에 안착시키는 것 외에 빨간 블록을 플랫폼에서 몰아내는 목표가 추가되었다.

 

제작노트: 이 게임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발전된 벤치마킹 요소. 단독으로 평가하기엔 <Zup!>의 영향이 너무 짙다. 그래도 어쨌든 겉으로 드러난 문제 제기는 없는데, 결국 플레이어들이 <Zup!>에서 부족하게 느꼈던 부분을 어느 정도 채워준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 본다.
  • 플랫폼(스팀)과의 연계성. <Zup!>의 성공은 게임 그 자체로서의 가치도 부정할 수 없지만, 구매자들이 먼저 이야기했던 것처럼 도전 과제 패키지로서의 가치도 컸다. <Oik>는 <Zup!>의 그 전략까지 그대로 벤치마킹해 소소한 성공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후 비슷한 게임이 범람하며 그 가치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었는데, 현 시점에서 도전 과제 패키지나 문자열 도전 과제의 수명은 다했다고 보는 게 적절할 듯하다.
  • 과유불급. 1$(1,100원) 게임에 도전 과제의 비중이 큰 게임이라 스팀 프로필을 신경 쓰는 사람들이 패키지로 살 법도 한데, 4편의 구매는 오히려 폭락했다. 사실 도전 과제에 관심이 있다는 건 정리나 전시 양식에 신경 쓴다는 것과도 상통하는 만큼 도전 과제를 1,800개나 때려박는 행위는 오히려 그런 플레이어들의 의도와 대치되었을 테다.

 

 

※ 이 글은 2019년 1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최신 경향을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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