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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정치학

[민주주의의 다양한 형태] 1. 민주주의의 고전적 개념

by 김고기 님 2023. 5. 10.

<목차>


  1. 민주주의의 고전적 개념
    1. 들어가며: 왜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다양하게 해석될까?
    2. 민주주의의 어원과 고전적 개념
  2.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
  3. 자유민주주의와 그 비판

 

(1) 들어가며: 왜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다양하게 해석될까?

 

"누가 인민을 통치해야 하는가?" 이는 오랜 시간 정치학의 본질을 꿰뚫는 질문이었다. 근대 시민혁명 이후 이 질문은 드디어 해답을 찾는다. 바로 인민이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점차 민주주의라는 이념으로 모아지게 된다. 이제 민주주의는 정치 형태를 넘어 의심할 수 없는 절대선으로 역할하고 있으며, 모든 정치 이론과 사상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효과적이고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역설한다. 자유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사회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심지어 전체주의자조차 그들의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라는 지배적 이념이 무척 어렵게 해석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민에 의한 지배'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여러 방식과 과정이 민주주의라는 단어 안에 끼어듦으로써, '민주주의'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가 다양하게 분화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민주주의를 알지만, 아무도 민주주의를 모르게 되었다.

 

독일 주간지 &quot;슈테른&quot;이 이탈리아형제들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를 &quot;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quot;이라 표현한 모습
<그림 1> 독일 주간지 『슈테른』이 이탈리아형제들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를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 표현한 모습. 이탈리아형제들은 무솔리니가 창당한 국가 파시스트당의 후신으로, 이민자, 외국인, 성소수자 등에 직접적인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우리는 현대 사회의 민주주의에 내포된 두 가지 의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현대의 민주주의가 더 이상 대중 자치라는 고전적 이념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특정한 정치가들이 여러 의미에서 인민을 '대표하고', 인민을 위해서 행동(해야)한다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대의제가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로서 사고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먼저 언급한 것처럼 민주주의라는 단어 안에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식과 과정이 녹아든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자도 사회주의자도 모두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그들의 민주주의가 명백히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시리즈, "민주주의의 다양한 형태"에서는 특히 두 번째 의미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의의와 양상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2) 민주주의의 어원과 고전적 개념

 

민주주의라는 단어와 민주적 통치에 대한 고전적 개념은 확고히 고대 그리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민주정(democracy)이란 단어는 '다수(majority)' 혹은 '인민(the people)'을 뜻하는 데모스(demos)와 '권력(power)' 혹은 '지배(rule)'를 의미하는 크라토스(kratos)에서 유래되었다. 즉 민주정(democracy)이 가진 단어 그 자체의 의미는 '다수 또는 인민에 의한 지배(rule by the demos)'가 된다.

 

고대 그리스 아고라의 예상도
<그림 2> 고대 그리스 아고라의 예상도. 아고라는 시민들이 모여 정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던 회의장이자 행사장이었다. 그 외 시장이나 전시장, 운동 경기장의 역할도 수행하였다. (출처: Young Aggressive Sincere Organized and United, ⓒ Yasou)

 

현대의 사용과는 대조적으로, 민주정은 원래 부정적이고 경멸적인 단어였다. 민주정은 만인의 평등한 지배를 의미하기보다는 재산이 없고, 교육을 받지 못한 대중에 의한 지배를 의미했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자유와 지혜의 적으로서 기피해야할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제약받지 않는 민주주의는 '폭민통치'로 타락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민주정의 양상이 변화하자 이러한 견해를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게 된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이 대중의 직접 참여로 이루어졌음에 비해, 근대 이후의 민주주의는 대의제 장치를 통해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의 방식에 대한 두 가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직접민주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간접민주주의)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주도적인 자유민주주의가 간접민주주의와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압도적 성공과 이데올로기로서의 확고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있는 수많은 간접민주주의의 모델들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 승인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 승인으로 연결되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포스트모던 정치 이후 우리 사회의 주도적 민주주의, 즉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앞으로의 민주주의 논의를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계속)

 

 

<참고문헌>


엔드루 헤이우드, 2007, "민주주의, 대의제, 그리고 공적 이해관계", 『현대 정치이론』, 이종은·조현수 옮김, 까치글방.

 

 

※ 이 글은 2010년 6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최신 경향을 반영하고, 새로운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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