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술과 미디어/IT

『The Onion』: 전통과 권위를 가진 최고의(?) 가짜 뉴스

by 김고기 님 2023. 4. 30.

<목차>


  1. 《The Onion》의 설립과 역사
  2. <Onion News Network(ONN)>의 시리즈들
  3. 《The Onion》이 만든 해프닝
  4. 《The Onion》의 가상 프로필
  5. 바깥 이야기: 13년 만에 글을 갱신하며

 

 

The Onion 로고
<그림 1> "미국 최고의 뉴스 출처"를 표방하는 《The Onion》의 로고. (출처: The Onion)

 

《The Onion(디 어니언)》은 미국의 풍자 언론이자 미디어 회사로,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 등 모든 분야에서 신랄한 기사를 써내는 곳입니다. 특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치 풍자가 일품으로, 백악관 직원들이 구독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인쇄 신문으로 출발한 《The Onion》은 2013년을 지나며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여러 팀이 생기고 사라졌지만, 연예 뉴스 <The A.V. Club>, 온라인 오디오·비디오 뉴스로 시작해 TV 프로그램으로까지 제작된 <The Onion News Network(ONN)>, 광고·콘텐츠 대행사 'Onion Labs' 등이 《The Onion》의 대표적인 콘텐츠이자, 브랜드입니다.

 

《The Onion》의 신랄한 풍자는 주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 극단적인 평론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해서 쓰기도 합니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마약이 승리하다"나 "경기 후퇴로 고통받는 나라들, 새롭게 투자할 거품 원해", "토네이도가 백악관을 박살 낸 후 노숙자가 된 대통령 가족" 등의 헤드라인은 《The Onion》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물론 맥락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기사를 단순히 '가짜'라고만 취급할 순 없겠지요.

 

《The Onion》은 기성 언론에 대한 패러디로도 유명합니다. 전통적인 매체의 특징, 예컨대 구성 방식이나 유명한 인터뷰, 특정 기자의 특징적인 목소리를 패러디함으로써 풍자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The Onion의 오바마 가족 풍자 사진
<그림 2> "폐허를 내려다보는 오바마 가족에게 남은 것은 토네이도 직전에 입고 있던 옷뿐." 이 사진은 《The Onion》의 풍자 기사에 제시된 합성 사진입니다. (출처: The Onion)

 

1. 《The Onion》의 설립과 역사

 

보통 인터넷을 기반으로 설립된 여타 풍자 언론과는 달리, 《The Onion》은 인쇄 신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988년,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 2학년이던 팀 켁(Tim Keck)과 크리스토퍼 존슨(Christopher Johnson)의 투합으로 시작된 이 신문은 매디슨 대학가를 중심으로 매주 풍자 뉴스를 발간하였습니다. 지면 광고로 운영되고 있었음에도 나름의 명성은 있었는지, 1996년에 웹사이트를 설립할 때에는 전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고 합니다.

 

2001년에는 뉴욕으로 사무실을 옮겨 미디어 회사로서 본격적인 형태를 만들어 나갑니다.2007년부터는 TV 뉴스를 풍자한 <Onion News Network(ONN)>를 시작했는데, 이는 명칭에도 보이듯 CNN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2009년에는 <ONN>이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도 불리는 '피바디상'을 수상함으로써 대중뿐 아니라 미디어 업계에 그들의 가치를 증명해 내었습니다. 미국방송협회(NAB)는 《The Onion》에 대해 "24시간 케이블 뉴스 채널을 흉내 낸 이 풍자 언론은 유쾌하고, 신랄하며, 진짜인지 구분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고 평가합니다.

 

인쇄판 《The Onion》은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무료로 배포되었고, 그 외 지역과 해외에서는 서점을 통해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2006년 전성기에는 매주 60만 부 이상을 발행하며 로스앤젤레스 판과 샌프란시스코 판을 별도로 운용할 정도였으나, 2009년을 기점으로 점점 축소되더니 2014년부터는 인쇄판을 발행을 모두 멈추고 웹사이트만 운용하고 있습니다.

 

2. <Onion News Network(ONN)>의 시리즈들

 

ONN 아나운서 수잔 세나
<그림 3> 《The Onion》에 영광의 시기를 안겨준 <ONN>과 간판 아나운서 수잔 세나의 모습. (출처: Onion News Network)

 

(1) Today Now!: 'Today Now!'는 <NBC>의 'Today show'와 <ABC>의 'Good Morning America'와 같은 아침 생활 방송을 패러디한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으로 보면 <KBS>의 '생방송 오늘'이나 <MBC>의 '생방송 오늘아침' 정도에 해당합니다. 'Today Now!'는 언뜻 보기엔 평범한 아침 방송처럼 보이지만, 제시된 주제가 얼마냐 부조리하냐에 관계없이 비판적이거나 무지한 모습을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냅니다. 예컨대 오믈렛을 조리하며 버터의 개량하기 위해 철제 구둣주걱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2) In The Know with Clifford Banes: 'In The Know with Clifford Banes'는 일요일 아침의 토크쇼를 패러디한 프로그램입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에서는 일요일 아침의 토크쇼에 정치인을 비롯한 공인들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Clifford Banes가 사회자인데요, 이 사회자는 매번 우스꽝스럽고 터무니없는 상황 때문에 쇼에 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게스트가 사회자가 되어서 왜 Clifford Banes가 나타나지 않는지 설명하는 방식이지요. 'ITK'의 패널들은 당시의 정치적 사안에 대해 아주 다양한 각도로 고찰하는데, 때로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이상한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합니다.

 

(3) War For The White House: 2008년 대선 시기 방영된 <ONN>의 뉴스 시리즈로, 백악관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는 '에어 포스 원'과 미 공군 편대를 묘사한 극적인 영상으로 시작됩니다. 이 코너의 목적은 강렬하고 과장된 스타일의 기성 뉴스 보도를 조롱하는 것입니다. 시종일관 군사 전문용어를 사용하고, 무표정한 진행을 이어가는 것 또한 이 프로그램의 상징입니다.

 

<영상 1> 'War For The White House'의 오프닝.

 

(4) O-Span: 'O-Span'은 'C-Span'의 의회 방송을 철저하게 패러디한 프로그램입니다. 의회에서 법안을 발표하는 모습이나 위원회 회의처럼 의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풍자하여 보여줍니다.

 

(5) ONN-International: 2008년 11월부터 방영된 'ONNI'는 'CNN-International'을 패러디한 프로그램입니다. 전세계 811개국 152개 언어로 방영되고 있으며, 90억 명이 시청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 방송은 "이 소식은 콩고 민주 공화국으로부터 왔습니다."는 자막과 함께 세계 곳곳의 뉴스를 전달합니다.

 

(6) News Room: 광고나 24시간 뉴스 채널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뉴스 속보를 패러디한 프로그램입니다. 주로 꾸며낸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7) Raw Justice: 이슈가 된 범죄를 다루는 뉴스 채널을 패러디한 프로그램입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범죄인 듯 사건을 조사하지만, 리포터는 항상 피의자와 범죄 간의 성적인 연관 관계를 발견하게 됩니다. "남자가 아내를 죽이기 전에 수천 번 관계를 가졌다"처럼요.

 

3. 《The Onion》이 만든 해프닝

 

때때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해서 쓴 《The Onion》의 풍자 기사가 외부 언론에서 진짜 있었던 일로 인용되며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었습니다.

 

(1) 1998년, 미국의 Fred Phelps 목사가 《The Onion》의 기사 "98년도 동성애자 신규모집이 목표에 거의 다다랐다"를 본 후, 이 기사를 그의 웹사이트에 "동성애자들이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동성애자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주장의 증거로 제시합니다.

 

(2) 2002년, 영국의 《로이터》는 중국 《베이징 이브닝 뉴스》 7월 3일 판에 "미국 의회, 새 국회의사당을 건설해주지 않는다면 워싱턴을 떠나겠다고 협박해"라는 기사가 게재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합니다. 이어서 의회가 워싱턴이 접어 넣을 수 있는 돔을 가진 새 국회의사당 건물을 지어주지 않는다면 테네시주의 멤피스나,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럿, 심지어는 캐나다의 토론토로 떠나겠다고 협박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급된 기사의 원출처는 미국의 스포츠 연맹들이 그들의 홈 도시에 새 경기장을 지어주지 않는다면 떠나겠다고 협박한 것을 풍자한 《The Onion》의 기사였습니다. 《베이징 이브닝 뉴스》는 처음에는 이 기사가 거짓이라는 증거를 요구하며 기사를 지지합니다. 이후 기사를 철회하게 되었을 때 다음과 같이 덧붙입니다. "미국의 몇몇 군소 신문들은 종종 사람들을 속여 주목을 받고 돈을 벌기 위해 엉뚱한 뉴스를 꾸며낸다."

 

(3) 2006년, 덴마크 방송국 <TV 2>가 웹사이트의 가십 코너에 《The Onion》의 기사인 "숀 펜, 어떤 놈이 SeanPenn@gamil.com을 가져갔는지 알고 싶어해"를 사실로 오해해 게재합니다. (숀 펜은 미국의 배우이자 영화감독.)

 

(4) 2000년대 초, 소설 『해리 포터』가 아이들에게 사악한 마법에 대한 관심을 자극한다고 쓴 《The Onion》 가짜 기사가 많은 이들에 의해 사실로 여겨지게 되고, 기사에 나온 가짜 아이들의 말을 인용한 메일이 널리 퍼지게 됩니다. 또한 『해리 포터』가 아이들을 사탄교로 포섭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이 기사를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The Onion의 해리 포터 풍자 사진
<그림 4> "세 명의 어린 『해리 포터』팬이 고대 사탄교의 주문을 암송하고 있다." 이 사진은 《The Onion》의 풍자 기사에 제시된 연출 사진입니다. (출처: The Onion)

 

(5) 2009년 9월, 방글라데시의 두 신문이 닐 암스트롱이 "달 착륙은 정교하게 꾸며진 날조"라고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쓴 《The Onion》의 기사를 인용 보도합니다. 두 신문사는 이후에 독자들에게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것을 사과합니다.

 

(6) 2009년 10월, 러시아 뉴스 사이트 《Russia.ru》가 《The Onion》의 영상 "10대를 위한 새 금연 광고 '흡연은 게이들이 하는 것'"을 정식 뉴스로 편집합니다.

 

(7) 2010년 2월, 이탈리아 온라인 신문 《Il Corriere della Sera》와 노르웨이의 《Adresseavisen》가 《The Onion》의 영상 "덴마크, 라스 폰 트리에가 감독한 공포스러운 새 관광 광고를 도입"을 정식 뉴스로 편집합니다. (라스 폰 트리에는 초현실, 공포, 심령, 미스터리로 유명한 덴마크의 영화감독. 해당 기사는 이후 덴마크 정부의 항의를 받고 삭제된 것으로 추측됨.)

 

(8) 2010년 6월, 프랑스의 축구 사이트 <Sofoot.com>이 《The Onion》의 기사 "전국 축구 팬들, '더 이상은 못 참겠다'"를 편집해 그들 사이트에 게재합니다. 그 기사는 심지어 《The Onion》이 만들어 낸 가상의 축구 팬에게 용기를 갖고 역경을 이겨내라고 말하며 끝납니다.

 

(9) 2014년 3월, 미국 애리조나 마리코파의 부시장 Ed Farrell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The Onion》의 "동성애자 권리 행진을 영원히 중단시킨 프레드 펠프스, 향년 84세로 사망" 기사를 공유하며 "우리에게는더 많은 프레스 펠프스가 필요하다"고 했다가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프레드 펠프스는 미국의 침례교 목사이자 변호사로, 여러 가지 반 동성애 활동을 벌인 바 있다. 《The Onion》은 부고 기사에서 그의 활동을 비꼬듯 과장해서 썼는데, 파렐 부시장은 그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펠프스의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에게 비난받게 된 셈이다.)

 

Fred Phelps
<그림 5> 동성애 추방 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프레드 펠프스 목사의 모습(1999). (사진: AP Photo, David Zalubowski)

 

4. 《The Onion》의 가상 프로필

※ 이하 내용은 과거 인쇄판이 존재하던 시기(~2013) 《The Onion》 웹사이트와 영문 위키백과 "The Onion" 페이지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다만 디지털 전환 이후(2014~) 《The Onion》은 더 이상 이 가상 프로필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

 

18세기 중반에 최초로 발행되어, 공식적으로 250년이 넘었다. 첫 명칭은 "상인의 양파(Mercantile Onion)"였는데, 독일에서 이민 온 창립자 프리드리히 지그프리트 즈웨이벨(Friedrich Siegfried Zweibel)이 알던 유일한 두 단어였기 때문이다. (Zweibel은 실제 미국에서 사용되는 성으로, 독일어 Zwiebel, 즉 양파와의 유사성을 활용한 것이다. ─ 옮긴이) 신문의 좌우명은 "Tu Stultus Es", 라틴어로 "너는 멍청하다"는 뜻이다.

 

1896년, Zweibel의 20살 난 손자인 T. Herman Zweibel이 편집자가 되는데, 100년이 지나 충분히 나이가 먹은 오늘날까지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세기 대부분 기간에 신문은 극도로 반동적이었으며, 여성의 참정에서부터 결혼한 배우들이 TV에서 한 침대에 자는 것과 같이 사회의 변화와 시대의 진보를 맹렬히 반대했다. T. Herman Zweibel은 그가 로켓을 타고 안드로메다로 가기 전인 2000년까지 매주 논평을 썼고, The Onion은 외관상으로는 버나드 바루크(Bernard Baruch)와 제미마 이모(Aunt Jemima)의 공동 관리 아래 남게 되었다. (버나드 바루크는 월스트리스트의 상징적인 재정가 중 한 명으로, 1차 대전, 대공황, 2차 대전 시기 모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만큼 거물이란 뜻. '제미마 이모'는 미국 Quaker Oats의 대표적인 아침 식사 제품 브랜드다. 그만큼 일상적인 물건이란 의미. ─ 옮긴이)

 

Aunt Jemima
<그림 6> Quaker Oats의 아침 식사 브랜드, 'Aunt Jemima'의 모습(옮긴이). 만약 이 제품에서 인종 차별적인 뉘앙스를 느꼈다면, 제대로 본 것이다. Aunt Jemima는 2020년에 단종되었다. (출처: Quaker Oats Company)

 

2008년 12월부터는 Onion Radio News가 진행되고 있다. ORN의 마감 광고 '우리의 멍청한 세상'에서는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350년 이상, The Onion은 오늘의 뉴스를 전해 왔습니다...

 

 

연대기

 

  • 1756년: Friedrich Siegfried Zweibel이 Mercantile-Onion을 설립.
  • 1783년: 광고가 실린('구운 고기의 왕'과 '존 제임스의 기적의 약') 최초의 신문, Onion News-Paper의 첫 판 발매.
  • 1850년: F. Siegfreied의 아들 Herman U가 회사를 인수.
  • 1888년: T. Herman Zweibel, 편집장으로 취임.
  • 1892년: 24시간 텔레비전 뉴스 네트워크 ONN 설립. 이 방송은 현재 전 세계 811개 국가에서 볼 수 있다.
  • 1896년: Herman U. Zweibel의 죽음으로 F. Siegfreied의 손자 T. Herman Zweibel이 회사를 인수.
  • 1922년: Onion 라디오 설립.
  • 1958년: Zweibel, 법원으로부터 은퇴할 것을 명령받음.
  • 2000년: Zweibel, 지구를 떠남.
  • 2009년: The Onion과 모든 회사의 소유주가 난파선 양식회사와 화합물 주사 회사를 합병한 중국의 복합기업 'Yu Wan Mei'에 매각.
  • 2009년: Yu Wan Mei, The Onion 인수가 오판임을 깨닫고 인수 1주 만에 재매각.

 

 

기고자와 편집자

 

The Onion의 편집자는 Herman Zweibel이다. (Zwiebel은 독일어로 양파, The Onion을 의미한다. 또 Zweifel이라는 단어와도 비슷한데, 이는 독일어로 '의심'을 의미하는 동시에 매디슨주의 신문 The Capital Times 편집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Zweibel은 1901년부터 편집자를 맡고 있으며, 약간 정신이 나갔다.

 

The Onion의 칼럼은 아래 정규 저자와 투고 저자에 의해 발행된다.

 

  • Jim Anchower는 낙천적이지만 목적 없는 게으름뱅이이자, 꼴통이다. 그는 자신의 과도한 액세서리와 싸구려 자동차, 그리고 안정된 주거와 일자리를 구하는 것과 그것을 유지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을 거리낌 없이 떠벌리며 산다.
  • Jean Teasdale은 비만의 임시직이며,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는 40대 여성이다. Jean은 남편의 알코올 중독과 바람기가 안중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끈질기게 명랑한 태도와 감성적이고 수집 가능한 싸구려 예술품에 대한 사랑으로 그녀의 우울하고 편협한 삶을 감추고 있다. 그녀의 칼럼은 "A Room of Jean's Own"이라고 불린다. (버지니아 울프의 A Room of One's Own을 참고한 것이다.)
  • Smoove B는 부드러운 음성의 '레이디스 맨'(자기가 여자들에게 인기 있다고 생각하며, 여자들과 노닥거리기를 좋아하는 남자. ─ 옮긴이)이다. 그는 여자친구들과 미래의 데이트를 위해 칼럼을 쓴다. 그는 그가 계획한 데이트를 극도로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때때로 일반적인 로맨틱의 범위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그의 코미디는 로맨틱한 유혹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너무 오래 써먹히고 잘 알려져 진부한 유혹들, 예컨대 무딘 성적 언급에 뒤따르는 코냑, 초콜릿, 메시지와 같은 것들이다.
  • Roger Dudek는 무능한 유머 칼럼니스트로, 자신 특집인 "재미있게 쓰세요!"에서 서투른 말장난과 비유를 쉴 새 없이 쏟아낸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가족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 Jackie Harvey는 유명 가십 칼럼니스트를 패러디한 캐릭터로, 유명인들의 이름을 틀리게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 Amber Richardson은 교육을 받지 못한 백인 싱글 맘으로, 계속해서 바뀌는 그녀의 직업과 애인처럼 그녀가 사생아를 키우며 발생하는 불행과 그녀의 의심스러운 자녀 양육 자격에 대해 항변하는 글을 아프리카계 미국인 언어로 쓴다.
  • Larry Groznic은 과체중에 남들과 대립을 일삼는 오타쿠다. 그는 정확하지 않은 서브컬쳐 정보를 비난하며, 자신과 충돌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들의 의견을 바꿀 것을 잔혹한 언어로 요구한다. 그의 외모와 성격은 <심슨 가족>의 코믹북 가이와 닮았다.
  • Gorzo the Mighty는 우주의 제왕으로, '밍 황제' 스타일의 악당이다. ('밍 황제'는 1930년대에 유행한 고전 만화 <플래시 고든>에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 ─ 옮긴이)
  • Rawlings 부장은 이름 없는 국제 스파이 조직의 불가사의한 수장이다.

 

 

옛 기고자

 

  • Herbert Kornfeld는 회계사이자 미수금 관리자로, 거리에서 자라 갱스터 랩과 에보닉스(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방언식 영어. ─ 옮긴이)로 말했다. 그는 외상 회원들과 지속적으로 불화가 있었으며, 2007년 4월 30일에 살해당했다.
  • Arch Danielson은 산만하고 엉뚱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영화 평론 "The Silver Screen"을 쓴 노인이다. 그의 페르소나는 1998년쯤에 Jackie Harvey를 받아들이고 은퇴한다.

 

또한, The Onion의 기사에는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이용하는 이리 출신 41세 남자 Don Turnbee처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도 있다. 1997년부터 시작된 턴비의 경험에 대한 보도에서는무한리필 뷔페, 푸드 아일랜드 예절, 음료 리필, 1회용 소스 누적, 만성 소화불량 등 그가 겪은 어려움을 묘사해왔다. 헤드라인은 보통 그를 '지역 주민'으로 표기한다.

 

Don Turnbee
<그림 7> 《The Onion》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지역 주민' 돈 턴비의 모습(옮긴이). 이 사진은 《The Onion》의 풍자 기사에 제시된 연출 사진입니다. (출처: The Onion)

 


5. 바깥 이야기: 13년 만에 글을 갱신하며

 

이 글은 원래 2010년 8월에 처음 게시한 글을 블로그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그간 갱신된 내용을 추가하고, 번역과 문장을 더 다듬어 다시 게시한 것이다. 돌이켜 보니 2010년 당시 《The Onion》를 소개했던 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큰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미네르바'부터 '회피 연아', '천안함 폭침' 등과 관련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였다"는 것만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속출했고, 이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의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The Onion》, 그러니까 그냥 대놓고 가짜 뉴스를 만드는 언론의 존재였다.

 

위 사건들의 핵심은 애초에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 사실과 의견 사이의 구분이 모호했다는 데 있다. 예컨대 97년 IMF 외환위기 직전 "한국경제 위기 아니다"라고 보도했던 조선일보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일까?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했다"고 한다면, 이건 사실 또는 허위사실의 표현일까? 이처럼 어떤 현상에 대해 결국 국가가 사실과 사실이 아님을 규정하는 것부터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고, 실제로도 그랬다. 짐바브웨 대법원조차 '허위사실유포죄'를 해당 죄를 통해 방지하려는 해악과 그 죄를 통해 침해당하는 표현의 자유 사이에 형평이 맞지 않는다며 위헌 판정을 내렸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허위사실 유포가 옳다거나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구체적인 피해에 대한 증명 없이 허위사실 유포가 그 자체로 기소의 대상이 되는 게 불합리하게 느껴졌고, 설령 피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어디 외환·내란 수준의 행위가 아닌 이상 민사상 불법행위로 처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건 내 생각이기 이전에 당시 한국에 파견되었던 UN 특별보고관의 입장이었고, 자유민주주의 국가 일반의 상식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 허위사실을 들어 기소하기 시작한다면, 비판이라는 작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0년 12월, 소위 "허위사실유포죄"의 큰 축을 구성하던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폐지됨으로써 당시의 문제의식이 어느 정도는 완결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13년 만에 《The Onion》을 다시 보니 조금 다른 것들이 보였다. 당시엔 '표현의 자유'가 보였다면, 지금은 미디어 기업으로서 《The Onion》의 생존이 보인다. 이미 TV가 대중화된 시점에서 뒤늦게, 거기다 학교 신문보다 조금 큰 수준의 지역 언론으로 출발한 《The Onion》은 인터넷 신문을 거쳐 전국적인 미디어가 되었다. 콘텐츠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와중 팟캐스트와 유튜브에도 발 빠르게 적응했고, 새로운 시대에 맞춰 출범한 여러 경쟁자가 탈락하는 도중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2017년부터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일부 사업부가 매각되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든 온갖 서비스가 빅테크 기업에 잡아먹히던 와중 군소 미디어 그룹이 2023년 현재까지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이런 생존의 토대에는 열린 사고로부터 비롯된 빠른 도전과 유연한 변화가 있었을 테다.

 

그럼에도 《The Onion》의 미래는 어두운 듯하다. 풍자와 신랄함은 여전하지만, 다른 미디어 그룹이 그랬듯 '신문'이라기보다는 콘텐츠·광고 대행사로서의 모습이 강조되어 보인다. 물론 이건 《The Onion》의 문제라기보다는 신문의 시대가 저문 것에 가까울 것이다. 《The Onion》은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만약 살아남는다면, 그때의 나는 《The Onion》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끝)

 

 

<참고문헌>


"The Onion",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The_Onion (검색일: 2023. 3. 26.)

 

 

※ 이 글은 2010년 8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갱신된 사실을 반영하고, 새로운 번역과 편집을 더해 재게시한 것입니다.

 

 

/lettere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