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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미디어/IT

SSD에서 고주파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제한적 해결)

by 김고기 님 2024. 12. 31.

0. 개요 및 요약

 

일반적으로 SSD는 소음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기가 흐르는 장치인 만큼 고주파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장치 대비 소음 발생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므로, 정말로 SSD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게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SSD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 파워 서플라이의 배선을 바꿔보거나 펌웨어 업데이트를 시도해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교체받는 것 외에 분명한 해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대다수 제조사들은 고주파 소음을 결함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SATA 방식 SSD의 모습
<그림 1> SATA 방식 SSD의 모습.

 

1. 상황: 소음의 출처 확인하기

 

SSD(Solid State Drive)는 HDD(Hard Disk Drive)에 비해 소음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SSD의 소음 문제에 대해 대해 묻는 글에는 유사한 답변이 달려 있다. 즉, SSD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니 다른 문제를 찾아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SSD에서도 분명히 소음이 발생한다. 물론 HDD처럼 모터와 플래터가 있는 게 아니므로 물리적인 회전 운동에 따른 '달각' 소리는 발생하지 않는다. SSD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대부분 고주파음과 관련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삐' 소리, '찌직', '찌리릭' 소리, '귀뚜라미' 소리 등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것이 SSD의 특성이 아니라, 사실상 전기가 흐르는 모든 장치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고주파음의 출처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고주파음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품은 GPU(그래픽카드), 메인보드의 커패시터, 파워 서플라이 유닛(PSU), 드물게 CPU 등이다.

 

나의 경우 SSD가 고주파 소음의 원인이라는 것을 추정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컴퓨터에 마이크론의 2TB SSD(SATA 3)를 추가하고 난 뒤부터 고주파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용량의 파일을 쓰거나 읽을 때 분명한 '귀뚜라미' 소음이 발생했다.

 

애플 커뮤니티에 게시된 맥북 프로의 SSD 소음 관련 게시물
<그림 2> 애플 커뮤니티에 게시된 맥북 프로의 SSD 소음 관련 게시물. 이러한 문제는 2013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경우라도 SSD가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장치의 추가는 CPU와 파워 서플라이, 메인보드 등 환경에도 변동을 초래한다. 따라서 SSD 고주파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계는, 해당 소음이 SSD에서 발생하는 것이 분명한지 확실히 확인하는 것이다.

 

확인을 위해서는 직접 컴퓨터 케이스를 열고 귀를 대보는 수밖에 없다. SATA로 연결했다면 케이블을 길게 늘어뜨려 메인보드, GPU와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M.2 슬롯의 경우, 웬만큼 청력이 대단하지 않고서는 메인보드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별도의 외장 케이스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메인보드에 직결했을 경우에만 소음이 발생하고, 외장 케이스에 연결했을 땐 소음이 발생하지 않은 사례 및 그 역의 경우도 있었다.)

 

<영상 1> M.2 SSD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소음을 시연한 영상.

 

2. 예상되는 원인과 해결

 

(1) 제조사에 교체 및 수리 요청

 

SSD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사실 개인 사용자가 해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제조사에 연락해 교체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제조사들이 고주파 소음을 QC 문제로 보고 있지 않다. 또한 고주파 소음은 그 특성상 청력이 좋은 사람들에게만 들린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7년 소음이 명확하게 확인되도록 녹음해 AS를 신청했더니 교체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존재한다. 나머지 제조사는 완전히 복불복이다.

 

(2) 파워 배선 재정렬

 

고주파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 전기 문제이므로, 배선 순서를 바꿔보는 것이다. 데이지 체인으로 연결된 Sata의 경우라면 앞쪽에 전원을 연결하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다. 내 경우도 이 방법으로 소음이 약간 줄어들긴 했으나, 실제로 소리가 줄어든 게 아니라 배선 변경에 따라 소리가 덜 들리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워 용량이 부족하거나 파워의 수명이 오래되었을 경우에도 기술적으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파워를 설치하여 소음 발생 여부를 확인해 보자.

 

(3) SSD 펌웨어 업데이트

 

SSD는 HDD 대비 펌웨어의 영향이 큰 장비다. 만약 펌웨어의 전원 관리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면 소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해서 소음이 해결된 사례는 2017년 이후로 발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SSD 펌웨어 업데이트는 해서 손해볼 게 없는 작업이므로 일단은 시도해 보자. (데이터는 백업 추천)

 

(4) Windows의 '전원 옵션'을 '고성능'으로 설정

 

일부 기술 문서에서 문제 해결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는다.

 

Windows 10 제어판의 전원 옵션
<그림 3> Windows 10 제어판의 '전원 옵션'. "설정 > 시스템 > 전원 및 절전 > 추가 전원 설정"으로도 찾아갈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는 과거 HDD가 절전과 활동이 전환될 때 발생하는 '달각' 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때의 영향으로 디스크의 소음 문제에 대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따라서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기술 문서에 등장한 만큼 포함하였다.

 

(5) HDD와 비슷한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CPU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

 

Dell의 기술 문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으로, CPU가 저전력 상태(C-State)에서 SSD나 USB에 부하가 발생하는 경우 고주파 소음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소음은 SSD가 아니라 CPU의 전원 회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프로세서가 저전력 상태일 때만 나타난다. 저전력 상태에서 SSD가 특정 전압을 요구하면 '압전 효과'가 발생하여 고주파 소음이 발생하는 원리다. 이렇게 발생하는 소음은 HDD를 읽는 소리와 비슷하게도(끼익, 윙윙) 들린다고 한다. (이른바 '하드 긁는' 소리)

 

Dell은 이 현상을 문제로 보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수리나 보증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소음은 BIOS 설정이나 Powershell 명령어를 통해 C-State 옵션을 비활성화하여 없앨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추천되지 않는다. (CPU가 C-State로 들어갈 수 없게 되므로 배터리와 프로세서 수명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

 

3. 소결 및 바깥 이야기

 

내 경우 여러 준비를 통해 PC를 무소음에 가깝게 만들어 두었으므로 소음 발생 여부를 바로 인식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음 발생 여부를 인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문제를 처음 인식하고 나서 다른 이들의 PC에서 고주파 소음 여부를 확인해 보았는데, 쿨러 팬 소리에 묻혀서 그렇지 모두 어느 정도는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SSD에서 발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니 당장 불편하지 않다면 일부러 소음을 들으려 노력하지는 말자. 이런 종류의 소음이 다 그렇듯 일단 한 번 듣고 나면 그 이후로 더 잘 들리는 경향이 있다.

 

CPU로 인해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 파워와 메인보드, CPU, SSD 조합을 잘 맞추면 소음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만 명확한 인과 관계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일부러 노력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상 SSD의 고주파 소음 문제는 해결 방법이 없다. 교체를 받을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대부분의 제조사가 결함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평소 소음에 민감하다면, 꼭 SSD 구입 즉시 소음 발생 여부를 확인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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